[푸틴 동원령 후폭풍] 러 국민들 “푸틴 위해 죽을순 없다” 동원령 거부 反戰시위 우크라 침공후 첫 대규모 반전 시위, 해외탈출 러시… 러, 항공권 판매 제한 푸틴 최측근 “전략핵무기 쓸수 있다”
조지아 향하는 러 차량들 자유유럽방송(RFE/RL)의 러시아어 서비스인 에코 카브카바가 21일(현지 시간) 러시아와 조지아 국경지대에서 러시아를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주차장처럼 변한 장면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의회의 자금 지원을 받는 RFE/RL은 23개국에서 27개 언어로 뉴스를 전한다. 사진 출처 자유유럽방송(RFE/RL) 트위터 계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러시아 전역이 대혼란에 빠졌다. 전국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자해를 해서라도 동원령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나왔다. 국외로 나가는 항공편이 매진되거나 비행기표 가격이 치솟는 등 ‘엑소더스(대탈출)’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선포한 21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 등 38개 지역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시위대는 “푸틴을 위해 죽을 수 없다”고 외쳤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까지 반전 시위로 체포된 인원은 최소 1323명에 달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말 이후 대규모 반전 시위는 처음이다. 반전단체 ‘베스나’는 “동원령은 우리 아버지, 형제, 남편들을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고 들어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고국을 떠나려는 러시아 국민이 급증하면서 항공권도 동이 났다. 동원령 선포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등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주변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매진됐다. 급기야 당국은 징집 대상인 18∼65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항공권 판매를 중단시켰다.
러, 동원령 거부 反戰시위
“TV로 보던 전쟁, 안방으로 왔다” 反戰시위 확산… 1300여명 체포
일부 항공권 1250만원까지 올라…당국, 18~65세 남성엔 판매 중단
“핀란드 입국 대기 줄 35km 달해”…푸틴 측근 아들 동원령 거부 ‘공분’
“이제 전쟁이 러시아인들의 안방으로 들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 선포에 러시아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을 두고 러시아 정치 분석가 드미트리 오레시킨은 21일(현지 시간) AP통신에 “최근까지만 해도 소파에 앉아 TV로 전쟁을 접했던 러시아인들에게 동원령은 큰 충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여성 아나스타시야(36)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쟁이 나와도 관계된 것임을 마침내 깨달았다”며 “사람들은 아직도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푸틴을 전쟁터로 보내라” 대규모 시위
러 전역서 “전쟁 반대” 확산… 경찰에 체포된 모스크바 시민들 러시아 경찰이 21일(현지 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체포하고 있다. 러시아 전역에서 전쟁 반대 시위가 일어난 것은 러시아의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이후 처음이다. 전국에서 최소 1323명이 체포되고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려는 러시아인들이 크게 늘면서 비행기표 값이 폭등하는 등 러시아가 혼란에 빠졌다. 모스크바=AP 뉴시스
○ ‘엑소더스’에 항공권 1200만 원까지 치솟아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
마티 피케니티 핀란드 국경수비대 내무부 부장은 트위터에 “핀란드-러시아 국경 사이 교통량이 급증해 22일 하루 4824명의 러시아인이 핀란드로 입국했다. 지난주 수요일은 3133명이었다”면서도 “통상적인 주말 통행량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트위터에는 조지아-러시아 국경에서도 차량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튀르키예 등 무비자 입국 국가 항공편은 이미 모두 팔렸다. 평소 200만 원 안팎이던 항공권 가격은 700만 원까지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AP에 따르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행 편도 티켓 가격은 암시장에서 9000유로(약 1250만 원)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국영 철도 회사 웹사이트 역시 국외로 나가는 길을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한때 마비됐다.
구글 트렌드에는 ‘러시아를 탈출하는 법’ ‘집에서 팔 부러뜨리는 법’ ‘징병 피하는 법’ 등의 검색어가 상위에 올랐다. 러시아 인권단체 변호사 파벨 치코프는 로이터 등 외신에 “21일 하루에만 동원령 관련 문의전화가 6000통 넘게 쏟아졌다”고 전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