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부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분열돼 있다고 미국의 정보 소식통들이 밝히는 것으로 미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야전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으며 이는 현대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러시아군의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군에 만연돼 있는 일이라고 미국과 서방 정보소식통들이 지적한다.
도청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장교들은 논쟁을 벌이고 친구와 가족들에게 모스크바의 의사결정 방식을 비난하고 있다. 또 군부 지도자들은 전략에 대한 견해차가 커 방어선을 어디에 구축할 지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푸틴은 몇 달 전부터 동원령을 내리는데 반대해왔으나 지난 21일 동원령을 내렸고 이는 러시아군의 병력 부족이 심각하며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미 정부 당국자들이 밝혔다.
러시아군 전문가들은 동원령으로 전황이 달라질 지 아니면 아무런 진전이 없이 전쟁이 지연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한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전장에 휘둘리면서 모스크바 당국자들이 서로 책임전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크렘린궁 당국자들과 국영 매체 전문가들이 하르키우에서의 패배를 집중 논의하고 있고 러시아 정부는 책임을 푸틴이 아닌 러시아군에 지우려고 시도한다”고 말했다.
패배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군 지도부는 이미 교체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군의 지휘구조를 더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한다. 하르키우 지역 부대 대부분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취임한 지 15일만에 교체됐다고 나토 당국자가 밝혔다.
미국과 서방의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추가 파병을 하더라도 최근 승기를 잡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전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제한돼 있다고 말한다. 부분 동원령이 발표된 뒤에도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보급선, 통신, 사기 문제로 빠른 시일내 대규모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소규모 병력”만 파견한 사실은 큰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댐과 발전소 등 주요 인프라스트럭쳐를 공격하는 것으로 대응했으며 미국은 이를 대체로 전략적 의미가 있는 공격이 아니라 “보복”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당장 추가 파병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할 수단이 거의 없다고 소식통들이 밝혔다.
군사 분석가들은 푸틴의 동원령이 “특별군사작전”이 성공하지 못해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직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선 동원령이 작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가 분명치 않다.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군사분석들이 전망하는데 필요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클 코프먼 CNA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가 기존 계약군인의 예편을 막고 예비군을 추가로 동원함으로써 병력 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이들을 훈련시키고 무장시키고 기존 부대에 통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병력을 늘려 단기적으로 병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더라도 이들의 자질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들을 투입하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코프먼은 “부분 동원령으로 몇달은 전황에 영향이 있을 것이며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는 있어도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작전, 통신, 보급의 고질적 문제점이 하르키우에서 대패하면서 더 심각해졌다고 지적한다. 한 나토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다수의” 장비를 버리고 퇴각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제1탱크경비군의 한 부대는 “완전히 궤멸”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그는 “북부 방어축이 무너지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늦추기 힘들어질 것이며 퇴각하는 러시아군을 엄호하기도 어렵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전체를 점령하는데 큰 장애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항상 그렇듯 변수는 있다. 바로 푸틴이다. 푸틴은 21일 재차 핵위협을 제기했으며 미 당국자들은 푸틴의 핵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푸틴이 실제 핵을 사용하려는 조짐은 없는 듯하다“고 말한다.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일부 동부 지역 친러 당국이 러시아 합병 주민투표 계획을 발표한 것을 군사적 조치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 나토 고위당국자는 ”전반적으로 러시아가 수세에 몰려 있다. 우크라이나가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러시아는 추가 피해를 막는데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성공적으로 방어작전을 계속하면 러시아군의 더 유지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