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올려 마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아 계속 불어나는 고객들의 이자 상환 부담을 은행이 배가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모두 전달보다 상승했다. KCB 신용점수 1000~951점 구간 기준 국민은행은 7월 4.41%에서 8월 4.89%로 0.48%포인트 뛰었다.
이 기간 농협은행은 4.73%에서 5.00%로 0.27%포인트, 우리은행은 4.60%에서 4.96%로 0.36%포인트 각각 올랐다. 신한은행은 4.94%에서 4.99%로 0.05%포인트, 하나은행은 4.28%에서 4.65%로 0.37%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7월 2.65%에서 8월 2.75%로 올랐다. 이 기간 농협은행은 2.49%에서 2.53%로, 우리은행도 2.68%에서 2.72%로 각각 상승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가산금리가 소폭 내려갔다. 대신 신용대출 기준금리를 타사보다 높게 잡고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마진을 늘렸다.
신한은행의 신용대출 기준금리는 3.00%에서 3.23%로 올라갔다. 같은 신용점수대에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로 국민·농협은행(2.94%)과는 0.3%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신용대출 기준금리가 3.11%로 두 번째로 높은 하나은행은 가감조정금리를 2.35%에서 2.19%로 0.16%포인트 낮췄다. 각사는 신용등급별 대출 자금 조달비용과 운용 전략에 따라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에 차이를 보인다.
이어 ▲국민은행은 1.36%포인트에서 1.40%포인트로 ▲우리은행은 1.33%포인트에서 1.37%포인트로 ▲하나은행은 1.03%포인트에서 1.09%포인트로 각각 확대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가 1.46%포인트에서 1.36%포인트로 0.10%포인트 축소됐다. 7월 첫 공시에서 예대마진이 가장 높게 나타난 이후 대출금리 인하 조치에 나서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예대차가 좁혀진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금융사로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예대금리차 공시로 금융당국과 시장의 눈치가 보이지만 간접적인 효과일 뿐, 기업의 마진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면 고객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아 이자 상환액이 갈수록 불어나는 와중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금융당국은 당초 예대금리차 공시를 통해 은행들 간 경쟁이 일어나면서 예대차가 축소되는 선순환 효과를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공시제 시행 이후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커지자 적잖이 당황하며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행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아 앞으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인상기에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은행 간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