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시즌 프로야구 다승왕 경쟁은 LG 집안싸움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22일 현재 LG 외국인 원투펀치인 켈리(33)가 15승 3패, 플럿코(31)가 15승 5패로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LG의 79승 중 40% 가까이를 두 선수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KT 고영표, 키움 안우진 등 13승을 기록 중인 공동 3위 그룹과 2승 차이다. 구단별로 적게는 7경기, 많게는 15경기를 남겨놓은 걸 고려하면 켈리, 플럿코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이 다승왕 경쟁 판도를 뒤집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LG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5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한 지붕 다승왕 경쟁은 2017년 KIA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양현종과 헥터는 시즌 내내 선의의 경쟁을 이어간 끝에 나란히 20승을 수확하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이밖에 2000년 현대 김수경, 임선동, 정민태는 나란히 18승, 1985년 삼성 김시진, 김일융은 나란히 25승을 하며 다승왕 타이틀을 함께 쥐었다.
올해로 한국 프로야구 4년 차를 맞는 켈리의 기량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켈리은 남은 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2020년(15승 7패)을 넘어 개인 최다승 기록을 새로 세우게 된다. 평균자책점 또한 2.56으로 2019년 개인 최저 기록(2.55)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수준급 포심, 투심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커브 등을 섞어 던지며 타선을 공략한다.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에서 평균자책점 1.77로 빼어난 ‘가을 DNA'를 갖고 있다는 것 또한 LG 팬들이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올해 새로 LG 유니폼을 입은 플럿코의 활약은 기대 이상의 수확이다. LG는 수아레즈(30)가 지난해 승률 1위(0.833)를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에서 불안안 모습을 노출하자 플럿코를 영입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플럿코는 4, 5월 3점대였던 평균자책점(3.59)을 6월 이후에는 1.73으로 끌어내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9월 들어 3경기에서는 2승 평균자책점 0.50으로 최근 페이스는 더 좋다. 특히 가을야구 대결이 유력한 선두 SSG(1.89), 3위 키움(1.82) 등을 상대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 또한 LG에 자신감을 준다.
앞서 공동 다승왕을 배출했던 세 팀 중 2000년 현대와 2017년 KIA는 그해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꿈도 일궈냈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확실한 선발 카드는 승리로 가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 1994년 이후 2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 팬들의 꿈도 조금씩 영글어가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