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통화 가치 급락에 일본 당국이 약 24년 만에 엔화 매수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효과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지지통신,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엔화 매수, 달러 매도 시장 개입 후 재무성 내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스즈키 재무상은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급속하고 일방적인 움직임이 보인다. 투기로 인한 과도한 변동이 거듭되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며 시장 개입 사실을 밝혔다.
일본 정부·일본은행에 의한 외환시장 개입은 정부가 결정하고, 일본은행이 시장에 통화를 매매하는 형식이다. 엔화 약세를 수정하는 경우 정부가 보유한 외환보유고 달러 자금을 사용한다. 시장에서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푼다.
일본 정부는 이번 개입 규모와 타이밍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관계자를 인용해 개입 규모가 ‘조(兆)엔’ 단위라고 전했다. 한국 돈으로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2일 저녁 시장 개입 사실이 알려지자 1달러 당 146엔에 육박하던 엔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며 약 1시간 만에 5엔 정도 올랐다. 달러 당 140엔대까지 뛰었다.
당국의 시장 개입이 어느 정도 먹힌 셈이다.
그러나 닛케이는 “엔화 약세의 원인인 미일 금리 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엔 매수 개입 효과가 지속될지는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급격한 엔화 약세는 미국 등과 일본의 금리 차이에 기반한다.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것은 이번 달 실시된 미일 각각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75% 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구로다 하루히코(?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당분간 금리 인상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유일하게 금융 완화를 실시하는 나라가 됐다고 전했다.
NHK는 “미일 금리 차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는 견해에서, 달러가 매수되고 엔화가 팔리기 쉬운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일본은행에 따른 시장 개입 효과가 어디까지 지속되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엔화 약세의 핵심 원인인 미일 금리 차이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개입 효과도 한정적이라는 지적이다.
닛케이도 “금리 차이를 배경으로 엔화 약세·달러 강세가 되기 쉬운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은 보유 달러를 팔 필요가 있다. 기초 자금이 되는 외환 준비 범위 내에서 밖에 실시 할 수 없다. 대규모 개입을 반복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사히도 “미일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되는 가운데 효과는 한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닛세이 기초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上野剛志) 상임 이코노미스트는 “미일 금융정책 방향성이 달라 엔화 약세 트렌드를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수정, 미국 경기침체 등 큰 변화가 없는 한 국내외 금리 차이를 의식한 엔화 약세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미쓰비시(三菱) UFJ 은행의 이노 뎃페이 수석 애널리시트는 “정부·일본은행이 거듭 엔화 약세를 억제해 나가느냐가 다음 초점”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이 엔화 매입·달러 매도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1998년 6월 이후 약 24년3개월 만이다.
시장 개입은 2011년11월 이후 11년 만이었다. 당시에는 미국 경기 불안 등으로 엔화 강세가 진행되면서 엔화 매도, 달러 매입 개입을 실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