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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차라”…화장실 기어가는 장애인 외면한 항공사

입력 | 2022-09-24 10:31:00

항공기 통로 바닥을 기어가는 제니 베리.트위터 ‘WheelieGoodLife’ 갈무리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진 영국 여성이 스페인 항공사 비행기에서 승무원의 도움을 받지 못해 화장실까지 기어서 이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21일(현지 시각) 영국 메트로 등에 따르면 2017년 불의의 사고로 신경 질환이 발병해 하반신이 마비된 제니 베리는 스페인 알바스타 항공에서 겪은 일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렸다.

휴가를 떠나던 그는 당초 영국 항공사인 TUI항공을 예약했지만 비행편이 변경돼 알바스타 항공을 이용했다. 보통 항공사들은 교통 약자를 위해 이동이 쉬운 앞좌석을 배정해주지만 베리는 항공사로부터 앞좌석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륙 후에도 베리는 문제를 겪었다. 그는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승무원에게 요청했지만 “기내 통로용 휠체어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그는 카트를 끌고 다른 승객에게 음료를 제공하는 승무원의 뒤를 따라 통로를 기어 화장실에 갔다.

항공기 통로 바닥을 기어가는 제니 베리.트위터 ‘WheelieGoodLife’ 갈무리

하지만 그곳에서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베리는 자신의 힘으로 변기에 앉기가 어려웠는데 승무원은 “장애인들은 기내에서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는 말만 했을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베리는 “장애인들은 자리에서 소변을 보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해결책”이라며 “장애인으로 살면 모멸적이고 무안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이날이 그랬다”고 토로했다.

그가 통로를 기어가는 모습은 SNS를 통해 공유됐고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항공사 측은 “최근 기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승객의 안전과 편안함이고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