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국제영어대학원대 총장이 학교 옆 서울 올림픽공원 몽촌토성길을 걷고 있다. 그는 20대 말부터 등산을 시작해 평생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대 말부터 등산으로 평생 건강을 관리해온 이재희 국제영어대학원대(IGSE) 총장(67)에게 ‘학창시절 운동을 그렇게 못 했냐’고 질문하자 돌아온 답이었다. 이 총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고 만났을 때 준비해온 간단 ‘서면 답변’ 제일 첫 머리에 ‘운동에 소질은 없는 것 같다’는 문구를 보고 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 총장은 교사와 교수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주기적인 등산으로 건강은 잘 챙기고 있었다. 일찌감치 운동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을 터득하고 있었다.
“ROTC로 군대를 마친 뒤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맘에 맞지 않는 곳으로 발령 나면서 그만두고 교직에 몸담았어요. 제가 사범대 영어과를 나왔거든요. 그런데 저도 술을 잘 마시지만 다른 선생님들도 술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시는 거예요. 이러다 죽겠다 싶어 살기위해 산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이재희 총장이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다 포즈를 취했다. 이재희 총장 제공.
“하체가 튼튼해야 건강하다고 하잖아요. 허벅지가 20인치 이상만 되면 성인병이 없다죠. 전 아직 허벅지가 20인치가 넘어요. 지금까지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은 모르고 살았어요. 무엇보다 등산을 하면 잠을 잘 자고 쾌변을 보게 돼 좋습니다. 전 누우면 5분 안에 잠이 듭니다.”
이 총장은 지난해 초 총장까지 지냈던 경인교대를 떠난 뒤 친구들과, 아내와의 산행을 시작했다. 그는 “산악반 친구들은 난이도가 높은 곳을 가자고 하는데 전 수도권 가까운 산을 고집 한다”고 했다. 집 근처 청계산과 관악산, 우면산 등 속칭 ‘대중교통’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을 탄다. 설악산, 한라산 등 명산들은 많이 가 봤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운동 차원에서 하는 등산은 가까운 곳이 더 좋기 때문이다.
“이젠 높고 멋진 산보다는 안전한 산이 더 좋아요. 코스도 험하지 않은 곳을 고집하죠. 무엇보다 친구들과 사는 얘기하면서 오르기에는 수도권 산이 좋아요. 하산해 가볍게 막걸리 한잔하고 집에 가기에도 좋죠. 다들 은퇴한 친구들이라 서로의 고민도 얘기하면서 의지도 하고…. 간단하게 막걸리 마시고 한 끼 해결하고 가면 집사람에게도 수고를 덜어줘요. 굳이 다시 밥을 안 챙겨도 되잖아요. 하하….”
이재희 총장이 울릉도 성인봉에 올랐다. 이재희 총장 제공.
“중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딸들을 꼭 산에 데리고 갔어요. 큰 딸에겐 이런 말도 했죠. ‘네가 커서 사회생활을 할 때 남자들과 동등하게 경쟁하려면 체력도 똑같아야 한다’고. 그래서 중학생이 됐을 때 수영을 가르쳤고, 방학 때는 테니스 레슨도 받게 했죠. 계양산과 관악산, 북한산을 오를 때도 데리고 다녔어요. 그런데 입시 때문에 다 중단하게 됐죠.”
이 총장은 대한민국 아이들이 입시 때문에 학창시절 다양한 경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체육을 비롯해 음악, 미술 등 예체능은 어릴 때 재능을 살려줘야 하는데 한국 교육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서울대 사범대 시절 합창단으로 활약했던 이 총장은 사회생활 하면서도 합창단 출신들과 주기적으로 노래하는 모임을 가졌고, 최근엔 고교 친구들과 중창단을 구성해 매달 함께 노래 부르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는 “100세 시대를 즐겁게 살려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낼 수 있다.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며 함께 하는 시간도 즐겁다”고 했다.
“노래 부르기 위해 발성하는 게 건강하고도 연결이 됩니다. 건강해야 목소리도 잘 나옵니다. 사람들 만나 노래 부르는 것 자체로도 즐겁잖아요. 제가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다니니 둘째 딸이 결혼할 때 저에게 축가를 불러달라고 했어요. 기뻤죠. 흔쾌히 불렀습니다.”
이재희 총장(왼쪽)이 아내 피순화 씨와 태국에서 골프를 친 뒤 포즈를 취했다. 이재희 총장 제공.
이 총장은 이달 초부터 IGSE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산행 횟수는 줄었다. 그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많게는 주 3,4회 산에 올랐는데 이젠 주말에만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히 학교 옆에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이 있어 시간 날 때 머리도 식힐 겸 자주 걷는다. 짧지만 유익한 시간이다”고 했다.
이재희 총장이 테니스를 치고 있는 모습. 그는 군복무 시절부터 시작한 테니스를 최근 사실상 포기했다. 격렬한 스포츠라 무리하면 자주 몸에 이상이 온다고 했다. 이재희 총장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