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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큰 이야기-핵연료 우라늄[신아형의 코스모스]

입력 | 2022-09-25 11:00:00


‘에너지 위기로 원자력 조명 받자 우라늄 가격 상승’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9월 13일자 기사 제목. 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원자력 야망 키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세계 최대 우라늄 수출국 카자흐스탄 방문 - 中 원자력발전 확대 행보’


미국 외교안보매체 더디플로맷 9월 20일자 기사 제목. 더디플로맷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는 등의 여파로 세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서방은 물론 중국 일본도 원자력 발전에 더 힘을 싣고 있습니다. 원전은 탄소중립 실현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원전 관련 국내외 기사를 보면 항상 등장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우라늄(uranium) 입니다. 북핵 관련 기사에서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본보 5월 12일자 보도 기사 제목.


우라늄이 원자력 발전과 핵폭탄 개발에 사용된다는 건 아실 겁니다. 우라늄은 뭐길래 인류를 한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와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 모두에 쓰이는 걸까요?

벨기에 도엘 원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홈페이지 캡처

1953년 미국 네바다주 핵실험지구에서 핵폭탄 폭발 실험을 하는 장면. 위키피디아



금보다 500배 흔한 우라늄

우라늄

우라늄은 은회색 방사성 금속으로 주로 광석에서 채취합니다. 우라늄이 많이 매장된 지역은 카자흐스탄 캐나다 호주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우라늄 공급의 4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사실 우라늄은 그렇게 희귀한 자원은 아닙니다. 추정 매장량이 은보다 40배, 금보다 500배 더 많습니다.
 
주기율표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학창시절 이후 처음 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흐릿해진 기억을 잠시 끄집어내보겠습니다.

주기율표.


주기율표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이 우라늄 원소입니다. 우라늄 알파벳 첫글자를 딴 원소기호 'U'와 원자번호 '92'가 적혀 있죠. 원자 번호는 양성자 개수를 나타냅니다. 우라늄 원자핵에 양성자 92개가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잠깐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원자는 핵과 핵 주변을 맴도는 전자,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원자 > 핵 > 양성자, 중성자 순입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 같죠.



우라늄 삼형제의 골칫거리 둘째

삼형제 일러스트. iStock




‘우라늄 가족’은 삼형제입니다. 첫째와 둘째, 셋째는 무게가 238, 235, 234u(원자질량단위)씩 나갑니다. 모두 양성자 92개씩을 물려받았지만 갖고 있는 중성자 수가 조금씩 다릅니다. 중성자 수는 첫째 146개, 둘째 143개, 셋째 142개입니다.

혹시 눈치 채셨나요? 중성자 수가 각각의 무게, 즉 원자 질량에서 양성자 수를 뺀 것입니다(예: 238-92=146). 중성자 몇 개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삼형제는 매우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와 셋째는 비교적 얌전한 반면 둘째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둘째의 이런 불안정한 성격을 과학에서는 ‘분열적(fissile)’이라고 말합니다. 이 분열성 때문에 둘째인 우라늄-235가 핵무기와 원자력 발전 핵심 재료로 사용됩니다.

○쪼개고, 쪼개고 또 ㅉㅗㄱㅐㄷㅏ…
 
그렇다면 우라늄-235은 어떻게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걸까요? 답은 ‘쪼개기’에 있습니다.
 
구슬치기를 하듯 중성자가 우라늄-235 원자와 충돌하면 우라늄-235 원자는 중성자 두세 개와 다른 작은 입자들로 쪼개집니다. 우라늄-235와 중성자 1개가 충돌해 나온 중성자들이 또 다시 주변 우라늄-235 원자와 부딪혀 ‘쪼개기’를 반복하죠. 이 과정을 핵분열이라고 부릅니다.

핵분열 일러스트. 미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

이 과정에서 아주 희한한 일이 벌어집니다. 앞서 우라늄-235 질량이 235u라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중성자 1개 무게는 1u입니다. 그렇다면 이 둘 무게를 더한 값과 충돌로 쪼개진 것들 무게 합은 같아야 할 텐데요.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쪼개진 것들의 무게 합이 더 가벼웠어요. ‘있던 게 사라질 수 없고 없던 게 생겨날 수 없다’는 물리학 기본 원칙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핵분열 후 무게가 줄면 안 되는데 말이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여기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질량과 에너지 등가 공식(E=mc^2)’이 등장합니다. 질량이 곧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즉, 쪼개기를 거치며 사라진 질량이 우리에게 전기를 공급해주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에너지의 실체였던 겁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우라늄에 막상 필요한 우라늄-235은 0.7%밖에 들어 있지 않아요. 그리고 중성자 지름은 약 0.000000000000001m입니다. 쉽게 상상되지 않는 크기죠. 이렇게 미세하고 희소한 입자들이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기도 하고 인류를 절멸시킬 수도 있었던 겁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이자 궁극적인 입자 세계, '작은 것들의 큰 이야기' 편이었습니다.


브라이언 콕스

“입자 물리학의 목적은 모든 것이 무엇으로 이뤄져 있고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모든 것’이란 나 자신과 당신, 우리 지구와 태양, 그리고 우주에 있는 수천억 개 은하를 포함한 그야말로 세상 전부를 의미한다”
-영국 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