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정부가 본격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다. 시중 은행들이 조선사 선물환을 매입하도록 유도하고, 해외 금융자산을 팔 때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중에 공급되는 달러를 늘려 환율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외평기금을 활용해 수출업체의 선물환을 정부가 직접 매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선사들은 선박을 수주하면 나중에 받을 수출 대금에 대한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환헤지)하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한다. 선물환은 일정 시점에 외환을 일정 환율로 매매할 것을 약속한 외국환이다. 은행은 이 선물환을 기초로 해외에서 달러를 조달해 국내에 공급한다. 그 경우 달러 공급이 늘어 환율이 내려가게 된다.
정부는 또 7000억 달러가 넘는 민간 외화 자산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기업이나 금융사들이 해외에 보유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거나 외국계 기업이 국내로 자금을 투입할 때 금융, 세제 등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의 대외금융자산은 올해 2분기(4~6월) 기준 총 2조1235억 달러다. 대외금융부채 1조3794억 달러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우리 국민의 해외 금융투자 자산)만 따져도 7441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에는 14년 만에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통화스와프도 체결됐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한국은행으로부터 100억 달러 내에서 직접 조달하는 내용이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필요 외화를 조달할 경우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연금이 통화스와프를 통해 한국은행에서 외환을 조달하게 되면 은행 금리는 상승할 수 있지만 시장의 외환 가격은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과거 해외 투자가 많지 않고 무역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일 때는 가만히 있어도 달러가 국내에 유입됐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내려가는(원화 가치는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연기금뿐만 아니라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서학개미 등으로 달러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적자가 만성화되고 있다.
각종 조치들에도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면 외환당국은 해외 금융투자 자체에 대해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달러 강세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를 긴 호흡으로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단기, 중장기로 나눠 하나씩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