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과거에 벌어졌던 어느 시위와도 극명하게 다르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던 이란의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22)의 사망이 촉발시킨 시위가 전례 없는 반정부 시위로 번지고 있다. 이란에서는 2019년 유가 인상 등 열악한 경제상황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가 여러 차례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수십 년간의 정치적 탄압을 향한 분노가 젊은 세대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자 이란 당국은 인터넷을 차단하고 나섰다.
● 젊은이들 “잃을 게 없다” 시위 확산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간) 아미니의 장례식 이후 시작된 시위의 불길은 24일 전국 대부분의 중소도시는 물론 해외로도 번졌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이 최소 50명이 숨졌다. 언론인을 포함해 1200명이 넘는 인원이 체포됐다. 주말 동안 전국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 만큼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사는 “젊은 세대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ME) 역시 “2019년 시위에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전과 달리 이번에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여성억압 종식이라는 문화적인 요구에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섰다”라고 전했다.
정치·경제 위기에 시달려온 이란 국민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집권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억압적인 통치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테헤란 북부의 고층 아파트에 사는 부유층과 남부 노동계급의 시장 상인들, 투르크족과 쿠르드족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하나로 뭉쳤다”라며 “시위대의 다양성은 경기 침체와 사회 부패, 정치 억압 등 전방위적인 불만의 폭을 반영한다”라고 분석했다.
● 이란, 인터넷·SNS 플랫폼 접속 차단
이란 당국은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 연결과 SNS 플랫폼 접속을 차단하고 나섰다. 인터넷 분석업체 넷블록스는 미 CNN에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3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인터넷 제한”이라고 말했다. 정보부는 국민들에게 “반정부 세력이 조직한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압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