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새 국면] 우크라 4개 점령지서 투표 진행… 러, 결과 나오는 30일경 편입 추진 “점령지 공격은 러 공격” 핵사용 시사… 바이든 “대러 추가제재 논의할 것” G7 정상들 “가짜 주민투표 무효”… 中도 러 투표에 부정적 “주권 존중을”
러, 점령지 4곳서 병합 주민투표… ‘찬성’ 투표용지 접지도 않고 투명함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출신 여성이 2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의 임시 투표소에서 도네츠크 지역의 러시아 병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병합에 찬성한다는 뜻으로 ‘예’라는 부분에 기표(점선 안)한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은 채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 투표함에 넣고 있다. 투표함 앞면 중앙에 친러 세력이 설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약자 ‘DNR’를 뜻하는 러시아어 ‘ДНР’가 쓰여 있다. 러시아는 27일까지 점령지 4곳의 러시아 병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한다. 크라스노다르=AP 뉴시스
러시아는 이들 점령지 편입이 결정되면 “점령지 공격은 러시아 (영토)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며 핵무기 사용까지 시사하는 등 확전 의지를 밝히고 있어 전쟁은 국면 전환의 중대 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가혹한 경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러, 투명한 투표함에 투표 강행
이날 AP통신이 촬영한 영상에는 루한스크 주민 여러 명이 개방된 장소에 모여 투표한 뒤 투명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로이터가 촬영한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시 투표 영상에도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투명한 플라스틱 투표함에 넣는 모습이 찍혔다. 병합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가 다 드러나는 것이다.
러시아가 투표를 염두에 두고 점령지 주민들에게 구호물품을 대가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탈환한 동북부 하르키우주 발라클레아 주민들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러시아는 주민들에게 여권과 우크라이나 신분증을 요구해 복사한 뒤 스파게티 한 봉지와 쇠고기 통조림 몇 개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점령 지역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빼내 선거 조작 등에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기를 든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근처 붉은 광장에서 점령지역 병합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 中, 러 병합 투표에 부정적 시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4일 병합 지역 보호를 명분으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병합 지역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 헌법에 추가로 명시된 영토를 포함한 러시아 영토는 국가의 완전한 보호 아래 있다”고 밝혔다.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 의원은 “러시아 편입 승인이 이르면 30일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편입 승인 절차에 직접 참석할 것 같다고도 전했다. 타스통신은 점령지 주민투표에서 편입 찬성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도 우크라이나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강조하며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 미국 뉴욕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각국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장위구르 티베트 등에서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가 벌어질 경우를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