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클럽, 北-美친서 27통 공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북-미 협상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과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고 싶다는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북-미 간 협상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하지 않자 “기분이 상했다”는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전·현직 주미 특파원 모임인 한미클럽은 25일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 10호를 통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21일 자 친서에서 “향후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9·19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편한 심정도 그대로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회동한 지 한 달이 지난 2019년 8월 5일 자 친서에서 “(연합훈련이) 누구에 대한 것이며, 물리치고 공격하려는 대상이 누구냐”며 “저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이를 각하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각하(트럼프)께서 해준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만난 이후 무엇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인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판문점 회동에 응했는데도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관계를 오직 당신에게만 득이 되는 디딤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저를 주기만 하고 아무런 반대급부도 받지 못하는 바보처럼 보이도록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