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존을 향해] 더 내고 덜 받아야 제도 지탱 가능… 보험료율 인상안은 번번이 좌절 고갈 시기 2057년서 더 빨라질 듯… 정부 개혁안 내년에 국회 제출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제도를 지탱하려면 일정 시기마다 ‘더 내고 덜 받는’ 대책을 시행해야 했다. 5년마다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통해 살림을 점검하고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해온 이유다.
정부와 국회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낮추고(2028년 적용) 연금 받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미루기로 했다(2033년 적용). 인기 없는 개혁이었지만 연금 재정 고갈을 늦추기 위해선 필요한 조치였다.
그런데 월급에서 떼는 국민연금 보험료의 비율(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1988년 3%였던 보험료율은 1993년 6%, 1998년 9%로 오른 뒤 지금까지 그대로다.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보험료율을 12.65%까지 올리라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동결을 택했다. 2006년엔 정부가 보험료율을 12.9%로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가 폐기했다.
정부가 21일 착수한 제5차 재정계산 결과는 내년 3월 나온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회에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그다음은 여야의 몫이다.
보험료 인상을 미룰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 커진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88년까지 연금 재정을 남기기 위한 보험료율은 2020년엔 16.02%였다. 그런데 보험료율 인상을 2030년으로 미루면 필요한 보험료율은 17.95%로 높아진다. 2040년엔 20.93%가 된다. 100만 원을 벌면 20만 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국회와의 서면 문답에서 연금 개혁 우선순위 3가지를 묻는 질문에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공정성을 높이고,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