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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보다 못한 취급 받아” 영국인 석방 포로, 러 만행 진술

입력 | 2022-09-26 10:51:00

[AP/뉴시스]지난 6월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영토의 법정 철창 뒤로 영국인 에이든 애슬린이 앉아있다. DPR 법원은 이날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용병으로 활동하다가 포로로 잡힌 영국인 2명, 모로코인 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군에 붙잡혀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최근 포로 교환에서 석방된 영국인 포로가 자신이 억류된 동안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영국인 에이든 애슬린은 25일(현지시간) 영국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갇혀있던 5개월 동안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을 진술했다.

인터뷰에서 애슬린은 “그들은 내 여권을 훑어본 뒤 내가 우크라이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 러시아 군이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영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내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말했다.

애슬린은 구치소로 끌려간 뒤 심문을 받는 동안 반복적인 구타를 당했으며, 귀를 자르겠다는 위협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 러시아 교도관이 담배를 피우면서 내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답하자 ‘나는 너의 죽음이다’라고 러시아어로 말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게 빠른 죽음을 원하는지 아름다운 죽음을 원하는지 물었다. ‘빠른 죽음’이라고 답하자 그는 ‘아니, 넌 아름다운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내가 그것을 아름다운 죽음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애슬린은 5개월 간 24시간 동안 가로 4피트(121.92cm), 세로 6피트(182.88cm)의 감방에 24시간 동안 갇혀있었다. 그는 감방 안에 바퀴벌레와 이가 득실했다고 진술했다.

또 러시아 교도관들이 러시아 국가를 연주하며 애슬린에게 러시아 국가를 부르거나 아니면 다시 구타를 당해야 한다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용병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사형을 선고 받았다.

애슬린은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였다. 하지만 난 조만간 터널 끝에서 빛을 보게 될 것이고 약혼녀와 내 가족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결국 석방돼 최근 어머니와 약혼녀를 다시 만난 애슬린은 “살아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슬린은 2018년 다이앤 오코비타라는 우크라이나 여성과 사랑에 빠진 후 우크라이나에서 해병대에 입대했다. 이후 러시아가 침공하자 참전했고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최대 격전지였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항전하다 포로가 됐다.

이후 친러시아 자칭 도네츠크공화국(DPR)에서 용병 활동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고 항소했다. DPR 당국은 형이 확정될 경우 비공개 총살형을 집행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하지만 애슬린은 지난 21일 이뤄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대규모 포로 교환을 통해 석방됐다. 이때 석방된 포로 중에는 애슬린을 비롯해 영국인 5명이 포함됐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