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광주 광산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 A 군의 디딤씨앗통장에 약 1165만원의 돈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지냈던 A 군은 사회복지사가 돼 보육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A 군은 만 18세가 지난 이후 보육원 생활을 연장한 뒤 평소에는 기숙사, 주말에는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A 군은 사건 발생 전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인이 됐고, 복지관을 나와야하며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의 기숙사 책상 위에는 “아직 읽을 책이 많은데”라는 짧은 문장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 군의 디딤씨앗통장에는 적립금과 매칭 금액을 합해 총 1165만 5311원이라는 돈이 남아있었다.
‘디딤씨앗통장 사업’은 취약계층 아동의 사회진출에 필요한 초기비용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아동이 입금한 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원)를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것으로 18세 이상이면 학자금지원, 주거비용 마련 등을 위해 찾아갈 수 있으며 24세 이상이면 조건 없이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디딤씨앗통장의 만기가 지났음에도 찾아가지 않는 적립금은 무려 1814억 원에 이르고 대상인원도 4만 521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A 군 역시 이 통장의 존재를 몰랐거나 출금에 어려움을 겪어 지원금을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이 없다는 점과 통장 명의가 보호 종료 아동 명의가 아닌 지자체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통장 사용 방식 개선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