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갭투자로 주택 52채를 산 뒤 보증금 반환 능력 없이 전세계약을 맺어 세입자 등 55명을 상대로 보증금 총 103억원을 등친 사기범 A씨가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그는 전세계약을 월세계약서로 위조해 6명을 상대로 담보대출금 10억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부산에선 40대 현직 금융기관 간부 B씨 주도로 대출명의자를 모집, 19개 은행을 상대로 대출금 총 50억원을 뜯어내는 등 48명이 붙잡히고 이 가운데 4명이 지난달 구속 송치됐다. 이들은 20대 지적장애인 등 사회초년생 30여명을 일명 ‘가출팸’ 형태로 관리하며 미분양 아파트 등에 합숙시키고, 명의를 도용해 전세계약서를 위조하는 수법을 썼다. B씨가 대출 실행을 위해 피해자들의 신용등급을 조정하기도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꾸리고 7월2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2개월간 특별단속을 진행한 결과 총 163건·348명을 검거했고 이 가운데 34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국수본은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 ▲부동산 권리관계 허위고지 ▲실소유자 행세 등 무(無)권한 계약 위임범위 초과 계약 ▲허위보증·보험 ▲불법중개 등 7대 유형을 대상으로 내년 1월24일까지 6개월간 특별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까지 검거된 피의자를 유형별로 보면 전세대출금을 뜯어낸 허위 보증보험 유형이 185명으로 가장 많았고, ‘깡통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이 30명, 공인중개사법위반사범도 86명이 검거됐다.
피의자 신분별로 보면 ▲건축주 6명 ▲임대인 91명 ▲가짜대출금 편취에 가담한 가짜 임차인 105명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 104명 등이다.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기관의 전세대출 제도를 악용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울산에서는 이미 세입자가 들어가 살고 있는 집에 허위전세계약서로 은행에서 ‘청년전세자금’ 명목으로 7억원을 대출받은 1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가운데 10명은 구속됐다.
현재 경찰은 전국적으로 1410명을 상대로 전세사기 사건 총 518건을 내사·수사 중이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위변제 금액이 과다하거나 피해자가 다수인 주요사건 34건은 각 시도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국토교통부로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 등 총 1만3961건에 대해 수사의뢰 요청 및 자료 이첩을 받아 이 가운데 6113건, 23명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그 외에 자료 7848건에 대해선 분석을 진행하며 추가 내사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B씨 사건과 관련해 범죄수익 4억5000만원을 동결하는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전세사기 피해금은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해 국가의 몰수·추징보전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다양한 법리검토 끝에 사문서위조죄를 별도 적용해 추징보전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국수본은 전했다. 자금을 동결해놓고 추후에 피해자가 민사소송 등을 통해 돈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은 “전세사기로 취득한 범죄수익을 박탈함으로써 범행 및 재범동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사례로 전국 확대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