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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가세요” 끝까지 대피돕던 아울렛 40대 직원 의식불명

입력 | 2022-09-26 18:49:00

26일 오전 7시 45분경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독자 제공) 뉴스1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40대 남성 박모 씨가 다른 직원들의 대피를 돕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최초 구조된 방재센터 직원 박 씨는 불이 난 직후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방시설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등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씨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연기가 빠르게 확산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화재 발생 50여 분만인 오전 8시 48분경 지하 1층 탈의실에서 119 구조대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승한 대전유성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박 씨가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다른 관계자에게 전화하고 대피 방송한 것을 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며 “건물 안 폐쇄회로(CC)TV를 보면서 대피를 유도하다가 정작 본인은 대피하지 못하고 구조대가 구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병원 이송 중에 심정지가 왔고 CPR(심폐소생술)을 통해 자발순환회복이 됐지만 아직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5분경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 1층 하역장 부근에서 불이나 7명이 숨지고 1명은 중태에 빠졌다. 이들은 탈의실, 주차장, 하역장 쪽에서 발견됐으며 사망자 중 3명은 탈출을 시도한 듯 화물용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택배·청소·방재·물류 업무 관련 직원들로 파악됐다.

불은 7시간여 만인 오후 3시경 완전히 진화됐다.

인명피해가 커진 것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연기와 유독가스가 지하 주차장에 급격히 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재 당시 지하 하역장에 쌓여있던 종이박스와 의류 등 적재물로 연소가 확대되면서 직원들이 미처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모든 출구에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미뤄 다량의 유독 연기에 의해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화재를 목격한 택배업체 직원도 “뭔가가 터지듯 ‘딱딱딱’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얼마 되지 않아 하역장 끝 편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내 쪽으로 순식간에 몰려와 급히 대피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27일 오전 10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합동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