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최근 3년간 7400억 원 규모의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 통계와 보험사 실손보험 청구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은 37조5700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고객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36조83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가 이뤄졌다면 고객이 차액인 7400억 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올해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은 13조5500억 원인 반면 실제 지급 보험금은 13조2600억 원에 불과했다. 청구 전산화가 이뤄졌다면 올해만 2860억 원의 보험금이 더 지급될 수 있었던 셈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로 공론화된 이후 2015년부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이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가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해 번번이 처리가 무산됐다. 소비자단체들은 지난해 11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의결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청구 절차가 번거롭거나 보험금이 소액이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소비자와함께 등 소비자단체가 지난해 4월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7.2%가 진료금액이 적거나 서류를 챙기러 갈 시간이 없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데도 청구하지 않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손해보험의 실손보험 청구 7994만4000건 가운데 전산 청구는 0.1%(9만100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종이 서류 전달, 서류 촬영 후 사진 전송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졌다. 윤 의원은 "실손보험금 자동 청구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여야 한다"며 "관련 부처와 단체들이 의견 조정을 이룰 수 있도록 국회가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환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