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
23일 서울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에서 전문가 심리상담을 받는 모습. 피상담자 신원보호를 위해 상담 장면을 재현해 찍었다. 서울시 제공
콜센터 등에서 10년 넘게 고객 응대 업무를 해온 직장인 A 씨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한 상황에서, 상사와의 갈등까지 발생하자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일을 쉬고 있다는 A 씨는 “상담 중 욕설을 하는 고객들도 참아가며 일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은 참기 어려웠다”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우울감이 심해졌다”고 털어놨다.
A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서울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센터를 찾았던 A 씨는 올 7월부터 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센터에선 총 10차례에 걸쳐 전문가로부터 무료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센터 측에 따르면 설립 후 올 8월까지 약 4년 동안 진행된 심리상담 횟수는 총 11795회에 달한다. 최근에는 센터를 찾기 어려운 감정노동자를 위해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감정노동자 근무지 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한다.
김자혜 심리상담위원은 “업무과정에서 발생한 일 때문에 수면장애나 불안 등을 호소하는 감정노동자가 많다”며 “강성 고객 응대 후 업무를 잠시 중단하는 등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현실에선 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상담자 중에는 자해, 알코올의존증 등 당장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센터 측은 감정노동자의 경우 정기 상담 등을 통해 심리상태 점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 위원은 “몸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휴식시간 및 가족과의 관계 등의 측면에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상담을 받는 게 좋다”며 “감정노동자의 경우 매일 업무 스트레스가 쌓이는 만큼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건강검진을 받듯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