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헌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올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가 고통받고 있고 각국의 다양한 입장이 부딪히고 있다. 전쟁의 여파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주자 각국이 동맹을 강화하며 신냉전의 양상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우방국들과의 동맹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고 러시아는 중국과의 관계를 다지고 있다. 특히 유럽은 군비 감축 기조를 멈추고 다시 군비를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군사적 긴장과 군비 확충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방산산업은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됐다.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수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의 방산산업은 분단 이후 70여 년간 압축 성장을 이뤘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가 군비를 감축했지만 한국은 유일하게 긴장이 강화됐다. 북한의 군사력에 맞서기 위해 정부 예산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국방비는 무기 개발을 위한 투자 재원이 됐다. 미국과의 공조로 무기 체계를 연동하고 러시아와의 ‘불곰 사업’으로 주요 기술을 습득했다.
하지만 최근 ‘방산 3사’(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가 체결한 폴란드와의 1차 수출 계약(11조8000억 원)은 당장 올 4분기(10∼12월)부터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수주와는 다르다. 거기에다 이번 수주는 다른 국가 수요도 자극하고 있다.
방산업체의 내수는 자국의 국방력 유지가 목표이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다. 반면 수출은 해외 수요에 좌우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동안 수출 시장은 정치적 입장에 휘둘려 수요가 적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방산은 새로운 기업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산업이어서 더욱 전망이 밝다.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갑자기 수요가 늘어난다고 바로 생산을 늘릴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급자는 미리 체결한 계약에 따라 생산 능력을 준비하지, 대량 생산을 해놓고 재고를 팔지는 않는다. 최근 폴란드 수주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 부분이 납기와 생산 능력 문제였다. 수요가 늘더라도 당장 공장을 지어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경쟁자가 극히 적다는 뜻이다.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주요 무기의 국산화를 이뤄낸 국내 방산업체들이 이제 ‘수출주’로 전환하고 있다. 방산은 앞으로도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지속적으로 높여가며 긴 호황을 누릴 것이다.
이동헌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