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차기 총리 유력 멜로니 누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25일 이탈리아 로마 당 선거본부에서 미소 짓고 있다. 로마=AP 뉴시스
그는 10대 때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가 창설한 파시스트 성향 정당 ‘이탈리아사회운동(MSI)’ 청년 조직에 가입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하지만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되자 “FdI는 파시즘을 역사의 뒤안길로 던져버렸다”면서 1920년대 무솔리니가 자행한 “민주주의 탄압은 명백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파시즘에 대한 유권자의 공포를 씻어내려 한 것이다.
총선 기간 FdI 선거 포스터는 멜로니 대표가 애교 있게 웃고 있는 사진에 이탈리아어로 ‘준비됐다(Pronti)’고만 적은 것이었다. 영국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포스터만큼 멜로니 대표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는 분위기를 자아낸 것은 없다”며 ‘안심시키기(reassurance)’는 이번 선거 캠페인의 핵심 요소였다고 분석했다.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고 자신도 미혼모인 멜로니 대표가 딸아이를 키우며 정계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젊은 여성 유권자의 호감을 샀다. 앞서 그는 딸을 임신했을 때 “권력자가 내게 선거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며 로마 시장직에 출마하기도 했다. “시장이 된다는 건 사무실에 14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되는 것이다. 어머니는 시장이 될 수 없다”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마티아 딜레티 로마 사피엔차대 교수(정치학)는 “멜로니는 실용주의적 능력 덕분에 승리한 것”이라며 “프랑스 극우 리더 마린 르펜을 넘어 서유럽 국가주의 지도자 모델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대표는 지난해 2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거국 내각을 구상할 때 참여하지 않고 유일한 야당으로 남았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결집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변화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친유럽적인 양의 탈을 쓴 멜로니가 집권 뒤 민족주의의 송곳니를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