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크박스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지난해 11월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된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공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하자 신난 사람들이 박진영의 ‘허니’를 부르고 있다.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193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 1980년대 민주화운동 그리고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 2002년까지…. 굴곡진 70년의 한국사와 함께해 온 연인들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선보이는 주크박스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이 바로 그것. 총 여섯 쌍의 연인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 근현대를 아울렀던 대중가요 41곡에 녹여 풀어냈다.
첫 곡은 가수 심수봉의 ‘백만송이의 장미’.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생이별하게 된 남편 임인수(라준)와 아내 함순례(강하나)가 함께 부르는 곡이다. 회한의 세월이 지나 등 굽은 노인이 된 두 사람이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 연인은 임인수의 부모 세대이자, 작품에서 가장 오래된 연인으로 등장하는 1930년대 독립운동가 임혁(정평)과 기생 김향화(신진경). 애틋한 사랑을 나눴던 두 사람은 임혁이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만주로 떠나면서 이별한다. 이후 굵직한 시대적 역사를 배경으로 평범한 갑남을녀의 삶과 사랑을 주인공 삼아 극을 풀어낸다. 1960년대 군부독재 타도 시위에서 우연히 만난 규섭(김도완)과 희자(금보미),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 민철(문남권)과 미희(진초록)의 사랑 등이다.
아파트 공화국이 된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2막은 윤수일의 ‘아파트’로 시작해 ‘사계’ ‘어젯밤 이야기’ ‘빙글빙글’부터 ‘취중진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너의 의미’로 이어진다. 세대와 성별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에 친숙한 노래가 결합돼 대중성과 오락성을 겸비했다.
연대순으로 전개된 연인들의 이야기가 기승전결을 이루지만 극을 관통하는 하나의 서사가 없어 몰입감은 덜하다.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희극 연기도 매력적이다. 4만4000∼8만8000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