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지난달 서울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남성으로 추정되는 하반신 시신이 인천 강화도 인근 갯벌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범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26일 KBS ‘용감한 라이브’에 출연해 “확인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범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종 남성 A 씨는 지난달 7일 오전 1시 30분경 서울 공항시장역 근처에서 지인들과 헤어진 이후 이날 오전 2시 15분경 가양역 4번 출구에서 가양대교 방면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CCTV에 포착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휴대전화도 오전 2시30분경 여자친구와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전원이 꺼졌다.
이후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A 씨의 외사촌은 “혹시나 싶어서 해양 경찰서에 전화해 물어봤다. DNA 결과가 나올 때까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더라”면서도 “발견된 옷은 동생 것이 맞다”며 이 시신이 A 씨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경찰은 하반신 시신의 유전자(DNA)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로 범죄 피해를 염두에 두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시신 훼손을 세세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고, 새벽 2시30분쯤 여자친구와 통화한 기록도 있다. 여자친구도 특이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또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던 점을 언급하면서 “자연재해 때문에 시신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 시신이 흘러가다가 한강 그물 같은 것에 (걸려서), 부패가 많이 진행되면 분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신이 어떤 형태로 훼손됐느냐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확인할 것이다. 인위적인 흔적이 남아 있다면 범죄 사건의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물속에서 (시신이) 훼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 가출로 분리해 초동 수사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인 실종의 경우 가출로 간주를 많이 한다. A 씨는 자기결정권이 있는 20대 중반이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되진 못하고 처음부터 가출 처리가 된 듯하다”고 했다.
한편,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 강서경찰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DNA 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2주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