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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드르륵 쿵!’…아기는 매일밤 울어댑니다

입력 | 2022-09-27 10:00:00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많은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 폭행이 일어나는 것을 이제 이해할 것 같다”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는 말이다.

제3자가 보기에는 정말 사소한 문제 같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음이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1년 2년 계속 되면 더 이상 사소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른다고 한다. 실제 정신과 병원에 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직접 충돌이 일어나 폭언과 욕설이 오가고 커다란 불상사로 이어져 뉴스에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악감정이 치솟을수록 직접 대면은 절대 금물이다. 차분히 다시 한번 소음발생 원인을 찾고, 맞춤형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아래 사례는 실제 경험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매일 밤 ‘드르륵~ 쿵!’ 미칠 지경…그럴수록 직접 충돌은 금물
제 아기에게 큰 일이 생길까봐 더 걱정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왜 살인이 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더 악화되기 전에 해결방법을 제발 알려주세요. 간절합니다.

저는 올해 초 남편 직장 때문에 세종시 아파트로 이사와 3개월째입니다. 가족은 남편과 저 그리고 17개월 된 간난 아기 전부 3명입니다. 크지는 않지만 새 아파트에 이사한 것이 꿈만 같았고, 아기를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안방에는 아기 침대 등을 갖추고 보니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분은 1주일 만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저녁부터 늦은 밤, 주말에는 새벽까지 ‘드르륵~ 쿵!’ 하는 소리가 이사 온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립니다. 소리가 천둥 치는 것처럼 크게 들립니다.

그나마 약간씩 들리는 발걸음 소음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몇 개월째 ‘드르륵~ 쿵!’하며 무언가를 바닥에 끄는 듯한 소음은 계속 듣다보니 환청이 들릴 지경입니다. 문제는 말도 못하는 제 아기입니다. 윗집 소음이 들릴 때마다 자다 깨서 눈을 깜빡거리거나, 계속 울어댑니다.

윗집에는 30대 남성 혼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로 제 남편과 고성이 오가며 다투었고, 경찰까지 출동을 했습니다. 그 뒤에도 이 소음은 계속 들립니다. 윗집 사람이 퇴근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드르륵~ 쿵!’ 소리가 들립니다. 그럴 때면 아기와 함께 잠깐 집을 나오기도 하지만 ‘내 집을 두고 왜 이렇게 어렵게 살아야 하나’라는 비참한 생각이 듭니다.

윗집 남자도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 8시 정도에 퇴근해서 책을 읽거나 소리도 가장 작게 해서 게임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관리소에서 계속 층간소음 문제로 인터폰 와서 자기도 미치겠다고 합니다. 한 번은 “요즘은 평일에는 작은 방에만 있고 주말에만 안방을 사용한다”라면서 “당신들이 너무 예민한 것 아닌가요! 당신들만 사는 아파트도 아닌데, 이 정도 생활소음도 이해 못하면 다른데 이사를 가면 되잖아요!”라고 크게 화를 냈습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윗집 때문에 우리가 이사 갈 수는 없습니다. 윗집 남자의 막무가내 태도와 말 때문에 저희 가족들은 거의 정신이 빠질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제 아기가 너무 걱정됩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현재 상황을 볼 때 가장 주의할 점은 윗집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피하는 것입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우선 소음원의 종류와 시간대 등을 기록해, 위층 남자가 있는 시간에 ‘의자 끄는 소음’이 발생한다고 아파트 관리소에 접수합니다. 관리소를 통해 소음방지용 의자바퀴 캡이나 매트를 윗집에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간곡하고 정중하게 어린 애기가 있어 가급적 저녁에는 잠에서 깨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메모를 윗집 현관 문에 붙여 놓으십시오. 주의할 점은 윗집도 이를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을 2주 정도 주시기 바랍니다. 감정 충돌은 절대 안됩니다.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있습니다. 인천에 사는 20대 부부가 본인들은 가구를 끌거나 물건을 옮기지 않았는데 아래층에서 가구 끄는 소리가 난다고 심각하게 항의 한다며 해결방법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부부가 취미인 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바퀴달린 의자가 소음 발생 원인이었습니다.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의자가 움직이는 공간 바닥에 매트를 설치하는 것으로 갈등이 부드럽게 해소됐습니다.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