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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억 복권 당첨된 인도 남성 “차라리 3등이 더 나았다”

입력 | 2022-09-27 11:02:00

복권 1등에 당첨됐으나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아눕. 유튜브 ‘anoop maya’ 갈무리


복권 1등에 당첨된 인도 남성이 당첨금을 나눠달라는 사람들의 요구에 지쳐 친척 집을 떠돌게 됐다.

26일(현지 시간) BBC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사는 삼륜 오토바이(오토릭샤) 운전기사 아눕(32)의 사연을 공개했다.

오토바이 운전기사로 일하던 아눕은 식당에서 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떠날 계획이었다. 그는 지난 22년간 매주 복권을 구매해왔는데, 말레이시아로 떠나기 전날에도 아들의 돼지저금통에서 돈을 빌려 복권 판매점으로 달려갔다. 

두 장의 복권 중 고심 끝에 한 장을 선택한 아눕은 매주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낙첨이리라 생각하고 추첨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뒤늦게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결과는 1등 당첨이었다.

아눕의 당첨은 큰 화제가 됐다. 주 정부에서 발행하는 이 복권이 최근 당첨금을 1억 2000만 루피(약 21억원)에서 2억 5000만 루피(약 43억원)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액의 복권 당첨금을 손에 넣은 아눕과 그의 가족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유명인사가 됐다.

하지만 복권 당첨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눕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아눕의 당첨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그의 집을 찾아가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당첨됐을 때 너무 기뻤다. 사람들과 카메라가 집에 몰려왔고 우리는 행복했다. 그러나 상황은 곧 통제 불능이 됐다”며 “나는 집을 떠날 수도 없고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아이가 아파도 의사에게 데려갈 수 없다”고 말했다.

세금을 제외하고 아눕이 받게 된 당첨금은 1억 5000만 루피(약 26억원)다. 그는 “당첨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 차라리 3등이 됐으면 더 나았겠다”며 “나는 아직 어떤 돈도 받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이 말을 되풀이했는데 아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현재 아눕과 그의 가족은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친척 집을 전전하고 있다. 주 정부는 그가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정 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