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로 악명 “국익 지키는 활동 자랑스러워” 궤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요식업 재벌 예브게니 프리고진(61·사진)이 자신이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장선 민간 군사업체 바그너그룹의 설립자임을 최초로 인정했다. ‘푸틴의 사병(私兵) 조직’, ‘푸틴의 그림자 부대’ 등으로 불리는 바그너그룹은 푸틴 정권을 대리해 시리아 내전 등에 개입했고 민간인 학살 등 잔혹한 전쟁 범죄로 악명을 떨쳤다.
BBC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26일 자신이 소유한 외식업체 ‘콩코드케이터링’을 통한 성명에서 “내가 직접 낡은 무기를 닦고 방탄조끼를 분류했으며 나를 도울 전문가를 찾았다. 그렇게 2014년 5월 애국자그룹이 탄생했고 추후 바그너그룹이라 불리게 됐다”고 밝혔다. 바그너그룹이 각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활동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우크라이나 외에 아랍,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활동했다고 공개했다. 이들이 시리아, 리비아, 수단, 모잠비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푸틴과 결탁한 현지 친러 독재 정권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다는 서방의 비판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 당시 프리고진과 전직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의 드미트리 웃킨 등이 창설했다. 평소 히틀러에게 관심이 많았던 웃킨이 히틀러가 좋아했던 19세기 독일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바그너그룹과 푸틴 정권의 연관성을 부인했고 이를 언급한 영국 탐사보도 전문매체를 상대로 소송도 냈다. 이랬던 그의 태도 변화를 두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세가 밀리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N은 러시아 강경파가 현 군 수뇌부가 아닌 새 인물이 러시아군을 이끌어 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프리고진 또한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침공 초기부터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곳곳을 누볐고 병력 보충을 위해 재소자를 상대로 신병 모집을 시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