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불안 커지는 주택시장, 연착륙 방안 필요하다[동아시론/이창무]

입력 | 2022-09-28 03:00:00

지방 규제지역 해제, 시장 정상화 노력이지만
금리 인상 속도전에 가계 대출 위험성 커져
규제 완화해 거래 절벽 풀고 공급 지속해야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달 21일 발표된 지방 중심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의 해제는 시장 정상화를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올 7월 기준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국제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말 이후 최대인 전국 ―2.2%, 서울 ―3.1%의 월간 하락 폭을 보였다. 더 심각한 것은 아파트 매매량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특히 서울은 계약일 기준으로 7월 600호 남짓 거래됐고 최근 1년간은 월평균 2000호 미만으로 이 역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인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전월세 시장의 거래량은 증가하고 월세화 및 월세 상승세는 지속되는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금리 급등으로 국내 주택가격 조정 압력이 높지만, 버블 여부는 따져볼 것들이 많다. 전체 재고의 70∼80%만 포함하여 한계가 있지만,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로 해외 상황과 비교해 보자. 전국의 경우 2015년 이후 최근 7년간 상승률이 약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이며, 수도권의 약 70%의 상승률은 OECD 내 상위 25% 정도인 미국 수준이다. 다만 서울시의 100%에 가까운 상승률은 OECD 내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결국 핵심은 서울권 주택시장이다.

2013년부터 지속해서 상승한 서울과 달리 경기도 및 지방 대부분은 안정적이던 아파트 가격이 2019년부터 집중적으로 올랐다. 이런 변화를 단순히 저금리의 영향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택시장의 수급 상황을 보여주는 직접적 지표로 2015년 이후 매년 실시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공가율 통계가 있다. 학계에서는 5∼10%의 공가율을 주택시장에서 원활한 주거 이동이 발생할 수 있는 자연공가율로 본다. 전국 공가율은 2019년까지 8.3%로 상승하다 2021년에 7.4%로 떨어졌고, 경기도도 6.3%로 상승 이후 2년 사이 5.1%로 낮아졌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는 2015년 이후 3.1∼3.4%로 거의 변동이 없다. 자연공실률에 훨씬 미달하는 3%대의 공가율은 주택시장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공급 확대가 필요한 시장이라는 의미다.

요즘 주택시장 상황을 2008년 무렵 국제금융위기 시절과 비교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러나 국제금융위기가 국내 주택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친 효과는 일반적인 인식보다는 극히 단기적이고 제한적이었다.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로 수도권에서는 2008년 말 약 15% 하락이 발생했지만 2009년 중반에는 이전 고점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지방의 경우는 잠깐 위축 이후 이명박 정부 시기 오히려 30% 올랐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2010년대 초반 장기간 하락했는데, 서울 인근 그린벨트를 활용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당시 수도권의 지속적인 집값 하락이 금융시장 리스크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러나 2011년 400조 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이 현재 800조 원을 넘어섰고, 20조∼30조 원에 불과했던 임차가구의 전세대출도 2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 됐다. 총량이 아닌 가구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하면 2011년 부동산보유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DSR)의 부담은 평균 19%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1년 금리 급등이 본격화되기 전 이미 이 비율이 27%로 높아졌다. 이후 진행되고 있는 금리 인상분이 반영되면 DSR 부담은 이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과도한 거래 규제로 주택시장 내 유동성 위험이 커져가고 있다. 주택시장 내 거래의 연쇄 고리를 원활하게 작동시킬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결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에 충분한 자가 및 전월세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투자의 통로를 열고, 주택 거래라는 피의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동맥경화로 인한 주택시장의 유동성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연착륙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침체기에도 서울권 정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재건축부담금 부과 유예나 안전진단 합리화와 같은 묵혀둔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수도권으로 확대된 규제지역의 추가적인 해제는 거래 활성화를 막는 장벽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주택자 세제 완화를 통한 전월세 공급 확대까지 만들어낼 수 있어 종합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차후 민간 임대사업자인 다주택자의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을 단기적인 경기 조절용 규제지역의 틀이 아닌 상시적인 틀 안에서 재정립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