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1부 차장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의, 아니 한국 정부의 골칫거리나 다름없었다. 4조2000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된 2015년 당시에도 대우조선을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었던 게 아니다. 결국 대우조선 임직원 1만3000명의 삶의 터전을 공중분해시킬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이듬해 대우조선은 수조 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비리 기업’에 국민 혈세를 투입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어쨌든 대우조선은 살아남았다. 정확히는 연명했다는 표현이 더 맞다. 그러다 2019년 현대중공업의 품에 안길 기회가 생겼다. 인수대금 1조5000억 원, 추가 자금 1조 원을 더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총 2조5000억 원가량을 투입하는 시나리오였다. 워크아웃 졸업 후 18년 만이었다. 하지만 유럽 경쟁당국의 승인 거부로 올해 초 물거품이 됐다. 그 사이 대우조선의 경영지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부채비율 700%는 일반적인 민간기업이라면 벌써 두 손을 들었을 법한 수치다.
모두 아는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이유가 있다. 26일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소식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 ‘헐값’이니 ‘재벌 특혜’니 하는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화가 2008년 대우조선 인수가격으로 써냈던 6조3000억 원에 비해 이번 인수가격 2조 원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게 이유다.
물론 한화 인수조건은 확보 지분 대비 유상증자 규모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의 영구채 이자부담 경감과 기존 금융지원 방안 연장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제조업 분야의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정확한 인수조건은 알지 못하지만 솔직히 2조 원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CEO의 말이 틀리다면 ‘스토킹호스’ 방식을 통해 추가적인 경쟁 입찰을 했을 때 한화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설 것이다. 재계에서는 그럴 확률이 희박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중요한 건 한화가 인수한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지켜낼 수 있느냐다. 그래서 100명이든, 1000명이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대우조선 매각은 ‘성공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단순히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고 헐값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가격은 과거의 가치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가치”라고 했다. 헐값 논란이나 대우조선의 부활 모두 시장에서 결론이 나야 할 일이다. 그 사이 정치논리나 노조의 억지주장이 끼어든다면 대우조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고통만 더 쌓아가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