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직장이 더 이상 직장인을 보호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직장을 떠날 경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직장을 나온 뒤 코치가 되려면 직장에 다니는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나는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길 권한다. 퇴직 후 닭요리 가게를 하거나 아니면 온라인 쇼핑몰을 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닭요리를 누구보다 많이 먹어봐야 하고, 온라인에서 다양한 쇼핑 경험을 해봐야 한다. 사용자 측면에서 경험을 해봐야 어떤 것이 도움이 되고, 되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코치가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코칭을 받아 본 경험이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20년 경력이 넘었고 기업 최고경영자나 임원들을 지금도 많이 코칭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코칭을 개인적으로 매달 받고 있다. 내 사업은 물론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경력이 어느 정도 된 30, 40대 직장인들에게 미래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새로운 업을 찾을 때 과거의 경험을 상세하게 돌아보고 적어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점과도 관련이 있다. 자신이 직장에서 한 일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비자나 고객의 측면에서 했던 경험 중 자신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이 있다면 그것이 때로는 새로운 직업이나 사업의 아이디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지만, 직장을 떠나서 찾고 싶은 직업은 가능하면 자신이 시간을 따로 내어 정보도 찾고, 교육도 받아보고 싶을 만큼 관심이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자신의 기술을 업데이트해 나가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비 출장’을 권한다. 직장을 떠난 뒤 자기만의 직업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기술을 회사에서 지원하여 교육해주는 경우는 잘 없다. 더군다나 그것이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과 상관없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매달 월급 받는 동안 그 돈의 일부를 아껴 관심 분야에서 고수들이 하는 교육을 받아보는 것이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교육이 잘되어 있어 큰 비용 쓰지 않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 심지어 나는 목공 기술을 온라인으로 교육받아보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가능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훌륭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직업이 되는 기술을 자전거 타기처럼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려면 수없이 넘어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직장 경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실수 경험은 때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 없이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직장 다니는 동안 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수없이 실수를 해봐야 직장을 나와서 독립했을 때 불필요한 실수는 줄이고, 보다 능숙하게 경제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
직장이 더 이상 직장인을 보호할 수 없는 시대에 ‘직장 사용설명서’란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 나는 이렇게 적을 것이다. ‘직장 다니는 동안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 것.’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