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재명 취임 한 달…‘민생’ 외쳤지만 ‘여야 정쟁’ 반복[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입력 | 2022-09-28 12:18: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먼저 민생경제 위기를 넘어서야 합니다.”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같은 복합경제위기는 민생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쟁 때문에 민생이 희생되면 안 된다. 지금 당장 여야가 함께 해결할 숙제가 많다”며 “국민께 공히 약속한 대선공약은 함께 추진하자. 여야공통공약 추진협의체 구성과 공통공약의 공동추진을 다시 촉구드린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이 맡긴 권력은 오직 국민만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며 “서러운 국민의 눈물을 닦고, 절망하는 국민께 꿈과 희망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정책 기조를 제시하며 ‘민생’에 방점을 찍었다. 유능한 야당 대표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원내 입성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이 대표는 이날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 5개월 만에 당권을 잡으며 169석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도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 끝도 민생”이라며 “국민의 삶이 단 반 발짝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며 제가 먼저 나서 정부여당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취임 후 첫 지시사항으로 민생경제 위기 대책기구 설치를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 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또한 이 대표는 민주당의 이미지도 ‘유능하고 강한 정당’으로 각인시키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야당 대표로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민생을 주제로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고, 쌀값 정책과 관련해서도 과잉 생산될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 연설에서도 “모든 것이 오르는데 식량안보의 핵심인 쌀값만 폭락 중”이라며 “국민의힘이 반대하지만 쌀값안정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풍작을 걱정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매주 전국을 돌며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있고, 당원 및 지지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 제주도로 내려가 예산정책협의회와 타운홀 미팅을 진행한다.

하지만 취임 초부터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인한 ‘사법 리스크’에 맞닥뜨리면서 이 대표가 내세운 ‘민생’ 등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인해 여야가 강대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민생 해법을 찾기 위한 협치 공간도 좁아든 형국이다.

여야 의원들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을 둘러싼 여야 대치도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을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고,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대표도 국회 연설에서 “제1당으로서 이번 외교참사의 책임을 분명하게 묻겠다”며 “그 책임을 국민과 언론, 야당에 뒤집어씌우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 강경 대치가 심화될 경우 각종 민생법안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