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 쿼시 콰탱 재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노스플릿에 있는 한 모듈 하우징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날 콰탱 재무장관은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해 영국의 재정위기 우려를 불렀다. 노스플릿=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IMF는 “영국의 감세 정책은 특정 타깃이 없는 무차별한 재정 패키지”라며 “이는 부유층에도 감세 혜택이 돌아가게 해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국을 포함한 세계 각굮의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할 때, IMF는 막대한 ‘재정 패키지’를 추천하지 않는다”며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상반되게 작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트위터에 “IMF는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직후 IMF도 영국 비판에 동참한 것이다. 유명 투자가 레이 달리오도 “영국이 신흥국 정부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영국 국채ㆍ통화 패닉 셀링은 시장이 더 이상 엄청난 부채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도 이번 사례를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도 극우 정당에 들어섬에 따라 재정확장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지수를 결정하는 6개국 통화 중 비중이 높은 파운드화, 유로화가 재정위기 우려속에 ‘쇼크’ 수준의 급락을 이어감에 따라 강 달러는 더욱 강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달러지수는 114를 넘어 계속해서 20년 래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영국 정부 신뢰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 투매에 나서 영국 5년 만기 국채는 4.6% 수준으로 감세정책 발표 전과 비교해 1%포인트 급상승했다. 여기에 미국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매파적 발언으로 이날 미국 10년 말 미국 국채 금리도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4%를 넘어섰다.
금융시장 혼란에 뉴욕 증시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27일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1% 하락한 3647.29를 기록해 또 연중 최저치 갱신했다. 약세장에 진입한 다우 지수도 하락세를 이어갔고, 나스닥만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미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가장 빨리 받는 주택경기는 본격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집값이 10년 만에 떨어짐. 글로벌 시장지수 제공업체인 S&P 다우존스 인덱스 미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7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2%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8% 올라 여전히 집값이 비싼 상태지만 6월(18.1%)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둔화한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한 달 만에 2.3%포인트 줄어든 것은 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폭이라고 S&P 다우존스는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계속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레이스 총재도 이날 한 정책 포럼에 참석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서 더 올리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라며 “미국이 1970~80년대와 같은 시나리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