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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칼럼]총장직선제 정착 위한 대학 집단지성 발휘할 때

입력 | 2022-09-29 03:00:00

이종승 기자


국가발전과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국립대에서 대학 자율이 실천되지 않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충북 충주에 있는 한국교통대가 이달 13일까지 차기 총장을 선출하지 못함에 따라 대학 역량을 의심받고 있다. 문제는 교통대의 사례가 다른 대학에서도 일어나 대학이 요구한 총장 직선제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당장 국가거점국립대인 충북대도 10월 말까지 총장 선출이 힘들 것으로 보여 국립대의 자율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대학의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대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총장 임명을 서두르지 않을 방침이다. 윤소영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장은 “교육부는 교통대 총장 임명을 전혀 검토한 바 없으며 대학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교통대는 교수, 직원, 학생 간의 총장 선거 참여 비율을 합의하지 못해 아예 총장 선거를 치르지 못했고 충북대도 같은 이유로 10개월째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학에서 총장 선거 참여 비율 합의가 어려운 이유는 2020년 개정된 국가공무원법이 총장 선출에 대학 자율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기존의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선정”에서 “교원·직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된 협의체”로 변경됐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의 취지를 “대학의 주인은 교수, 직원, 학생이므로 주체 간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선정해 총장 직선제를 뒷받침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적용된 개정안에 따라 6개 대학이 총장을 선출했으며 현재 목포대, 전북대, 충북대, 한밭대 등 8개교가 총장 선거 과정에 있다. 충북대의 경우 “교수가 대학의 중심이니 교수 투표 비율이 최소 75% 이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과 “직원도 대학의 주요 구성원이므로 직원들이 교수 투표 비율의 최소 절반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들은 투표 참여 비율로 각각 75%와 28%를 제시하고 있다(22일 현재).

국립대 총장 선거는 법 개정이 필요할 정도로 혼탁했다. 2018년에 치러진 전북대 총장 선거에서는 경찰로부터 허위 내사설을 전달받아 교수들에게 전한 혐의로 현직 교수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 의원도 “그동안 국립대 총장 선임 과정에 있어 교수평의회가 직원, 학생의 의견을 무시함으로써 총장 선임 과정이 중단되거나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학교의 주인이 교원, 직원, 학생임을 감안할 때 교수로 한정한 총장 선임은 민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총장 선거에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 교육부 차관을 지낸 김응권 한라대 총장은 “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최선의 대안으로 선택해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대 총장을 지냈던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총장 직선제 대신 미국처럼 총장 초빙위원회를 구성해 총장을 선임한 후 대학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자”는 입장을 밝혔다.

베를린자유대는 1969년 총장제 도입 후 조교 출신인 롤프 크라이비히를 총장으로 뽑았다. 롤프 크라이비히는 학내 구성원들의 지지와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까지 했다. 한국의 국립대는 총장 선거를 통해 베를린자유대 같은 모범적 예는 아닐지라도 대학 자율을 이행하면서 품위와 가치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