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태 순천대 교수
문승태 교수는 “AI-스마트교육 전문가들을 교실로 불러들여 공무원, 의사, 판검사가 모든 학생들의 미래가 되는 교육을 깨야 한국의 미래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수장 공백 상태에서 교육정책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는 지방 소멸과 대학 폐교라는 위기를 불러왔다. 모두 교육과 맞물린 과제들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세대 교육에 필요한 미래교육 방향성은 주요 어젠다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현장의 전문가를 만나 대안을 들어보았다. 문승태 순천대 교수는 중등교사, 대학교수,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을 직접 설계한 미래교육 전문가다. 그가 교육부 진로정책과장 시절 수립한 진로교육 시스템 ‘꿈길’은 현장에서는 ‘진로교육 바이블’로 불린다.
―메타버스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제 과거형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학생들은 미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스마트교육과 인공지능(AI)에 익숙하다. 코딩부터 5G에 익숙한 스마트교육을 접하고 있지만, 교육은 이러한 흐름에 더디다. 국내외에서 대박을 친 영화 ‘한산’을 보자. 바다에 배를 띄우고 제작한 게 아니다. 수족관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작품을 탄생시켰다. 제작비 절감과 과학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가 한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메타버스는 경제·사회·문화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들며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과 수업방식도 전면 개선해야 한다. 교육주체인 학생을 위한 수업이 돼야 한다. 아직도 한국은 과거형 수업방식으로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는 구조다. 교사와 교수의 기득권을 전면 개선해야 미래교육이 가능하다고 본다.”
―교육정책 추진 방향은….
“국민들은 정책이 추상적일 때 거부하거나 신뢰하지 않는다. 미래교육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의 대표사업으로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를 추진했었다. 공간혁신을 통한 미래 인재양성이 목표인 정책이었다. ‘고교학점제’도 미래교육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변화의 흐름을 짚었다고 본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누가 어떻게 이러한 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학부모들은 우려하고 있다. 교사들 역시 새로운 정책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실행력이 부실한 정책은 ‘뇌관’ 없는 포탄과 같다. 장관이 다녔던 수많은 현장은 이벤트 행사로 전락하고 끝난다. 이제 교육은 정부부처뿐 아니라 사회와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현재 교육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정치권과 대통령이 교육을 홀대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세간에 떠돈다. 여당과 대통령은 교육수장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교육장관 후보가 낙마했고, 새 장관은 35일 만에 물러났다. 공백이 길어지면서 학부모 불안감이 높아지고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
―미래교육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라는 공간혁신에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아야 한다. 체육시간에 ‘클라이밍’을 하는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자. 메타버스를 활용해 암벽을 오르는 학생들은 단순한 벽이 아닌, 히말라야와 비슷한 환경에 빠져든다. ‘진짜 히말라야에 온 기분’을 느낀 학생들은 관계망 형성, 체력, 자아 존중감을 만끽한다. 이게 메타버스가 교육과정과 융합한 결과다. 학생들은 ‘유연성’,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력’, ‘자기주도력’, ‘창의적 능력’을 배우게 된다.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코칭’하는 교육이다. 메타버스는 미래에 적응력을 키워주는 교육과정인 셈이다. 우리의 먹거리가 K팝, 예술, K컬처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굴뚝 없는 산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미래 산업에 꿈을 싣기 시작했다. 이제 교육은 다양한 ‘꿈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미래가 없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다. 의사 공무원 판검사가 모든 학생들의 미래가 돼서는 안 된다. 시험 성적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교육은 더 이상 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사회에서 빅데이터 활용 능력, 코딩 능력, 수학적 활용 능력이 주요한 요소다. 단위 학교에 모든 교과목 교사를 배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답은 학교 담을 낮추고 미래교육 전문가들을 교실로 불러들여야 한다. 기업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와 예산을 교육과 나눠야 한다.”
―메타버스를 어떻게 교육과정과 접목시킬 것인가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기존 입시교육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과학 기술 공학 예술 등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이르렀다. 교사들의 수업방식과 역할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국교육은 코로나가 가져온 비대면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고 있다. 화상 기반 교육 시스템을 메타버스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교실마다 깔린 인터넷 망을 AR/VR 등 다양한 신기술과 접목시켜야 한다. 스마트교육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하나로 묶어내는 게 급선무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기업들이 차세대 메타버스 선점을 위해 뛰고 있다. 이제 메타버스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전인교육, 평생학습 시대를 열고 ‘사람을 기르는 참교육’의 첨병이 될 것이라 믿는다.”
순천=글·사진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