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전공자 신지영 교수 신간 ‘들뢰즈의 드라마론’에서 분석 시대는 변해도 예술의 본질은 ‘아름다움에 대한 공명’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 철학의 관점에서 현대성을 띠고 있는데, 이를 감상하고 평가하는 우리의 인식 수준은 아직도 고루하고 고답적이지 않은가 싶어요,”
신지영 경상국립대 철학과 교수
신 교수의 이 같은 반응은 그가 최근 고대와 현대의 드라마 이론을 통해 국내의 다양한 드라마를 분석해 펴낸 ‘들뢰즈의 드라마론’(경상국립대 출판부, 265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책이 분석한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펜트하우스’, ‘눈이 부시게’, ‘스카이 캐슬’ 등 인기리에 방영돼 시청자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들이다.
신 교수에 따르면 드라마에 대한 고전과 현대의 접근 차이는 거칠게 말하면 드라마의 주요 행위가 ‘하나이냐, 여럿이냐?’로 구분된다.
두 남자의 대립 못지않게 뇌종양을 앓고 치매 증상이 있는 오일남 이야기나 목사 아버지의 성폭행에 시달려온 지영이 이야기에서도 주제 의식을 발견하려 했다면, 드라마에 대해 현대적 관점을 가진 것이라고 신 교수는 분석했다. 신 교수는 “마르셀 프루스트에 따르면 드라마의 현대성은 한 편의 드라마가 하나의 주제로도, 하나의 행위로도, 하나의 결론으로도 완결되지 않는 조각들의 전체이며 비일관적 일관성을 갖는 데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지영 교수가 최근 펴낸 '들리즈의 드라마론' 경상대 제공.
신 교수는 “예술론의 측면에서 이 책이 ‘무르익은 자본의 시대에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이 큰 돈을 벌어다 주지도, 불합리한 현실을 단번에 바꿔주지도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드라마는 넷플릭스 등을 통해 즉각적이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영화 ‘도가니’처럼 사회적 공분을 점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드라마의 본질은 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신 교수는 “아마도 드라마의 본질은 프루스트가 깨달은 대로 참된 것, 즉 아름다움에 대한 공명에서 여전히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