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코스피를 2년 2개월 만에 2,200 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1440원 넘게 치솟으면서 외국인의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부추겼다.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5%(54.57포인트) 급락한 2,169.29에 마감했다. 지수가 종가 기준 2,200 선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7월 20일(2,198.20)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장중 3% 넘게 폭락하며 2,151.60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47%(24.24포인트) 내린 673.87로 거래를 마쳤다.
신저가도 속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935개 종목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2%(451개)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코스닥시장에선 1511개 종목 중 43.2%(652개)가 신저가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8.4원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한 1439.9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장중 20원 넘게 치솟아 1442.2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공포에 ‘킹달러’ 강해져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건 유럽발 재정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면서 ‘킹 달러’(달러화 초강세) 현상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의 돈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국이 450억 파운드(약 7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고, 이탈리아에선 대대적 감세를 공약한 극우 정당이 들어서자 유럽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쇼크’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강 달러는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도 팬데믹 봉쇄로 경기가 급속히 둔화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7.24위안까지 치솟아 2008년 2월 이후 14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에도 엔화는 다시 달러당 145엔을 향해 상승 중이다. 아시아 주요 통화인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폭락하자 원화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1~3% 하락했다. 한국 증시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금융당국은 증권시장안정화기금(증안펀드)을 재가동하기로 하고 준비에 나섰다.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과 수급 개선을 위해 조성하는 기금으로 국내 대표 지수 상품 등에 투자해 증시 급락을 막는 효과를 준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8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유지했다. 다만 내년 한국 성장률을 1.9%로 전망해 기존 6월 예상했던 것보다 0.6%포인트 내렸다. 국내외 주요 기관 중 내년 1%대 성장을 전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