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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고향에선]강진군 시골마을 ‘감성 농박’ 체류형 농촌관광 프로그램 인기

입력 | 2022-09-29 03:00:00

“스트레스 날릴 수 있어 좋아요”
하루-이틀 묶으며 시골 정서 경험
수학여행 코스로 ‘푸소’ 호평받아



23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대곡마을 푸소 농가를 찾은 광주 문산중 학생들이 텃밭에서 고추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사과대추를 처음 먹어봤는데 엄청 달고 맛있어요.”

23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대곡마을. 박기재(77) 정은숙 씨(69) 부부 집에 ‘푸소 체험’을 하러 온 오수연 양(16)이 집 뒤편 텃밭에서 딴 사과대추를 정 씨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오 양은 친구 3명과 함께 노랗게 익은 단감을 따고 풋고추도 수확하는 체험을 했다.

정 씨는 “학생들이 딴 과일과 채소를 봉지에 담아 손에 들려줬더니 무척 좋아하더라”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끊겼던 푸소 체험이 다시 시작되면서 적막했던 시골마을에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 푸근한 정 느끼며 추억 쌓는 푸소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로 강진군의 체류형 농촌 관광 프로그램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가에서 하루나 이틀 밤을 지내며 시골의 정서와 감성을 경험하는 전국 유일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숙박만 하는 기존 민박과 달리 시골집 주인과 숙식을 하며 농촌의 삶을 체험하는 일종의 ‘감성 농박(農泊)’이다.

22∼23일 광주 문산중학교 3학년 학생 175명이 강진군의 푸소 농가 37곳에서 체험을 했다. 학생들은 시골 외갓집에 놀러온 듯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박 씨 부부의 집을 찾은 오 양은 “할머니와 떡국을 만들어 먹고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마실도 갔다”며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고 학업 스트레스도 날려 보내는 힐링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푸소’는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5월부터 9월 23일까지 12개교 1254명이 체험을 했고, 11월 25일까지 19개교 3119명이 다녀갈 예정이다.

최순철 강진군 관광진흥팀장은 “푸소가 청소년의 인성을 키우고 감성을 채우는 체험학습의 장으로 인기를 끌면서 하반기 예약이 거의 마감됐다”며 “공무원과 여행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푸소 체험도 참여 인원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 체류형 농촌 관광 성공 모델
푸소 체험은 2015년 처음 시작됐다. 강진군은 감성여행과 연계한 농촌 체험이 농가 소득을 늘리고 농촌 관광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강진군은 첫해 86가구를 시작으로 푸소 참여 농가를 꾸준히 늘렸다. 표준 매뉴얼을 만들고 가구별 특성을 살려 농촌·어촌·음식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버스 임차비 절반을 지원하고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도 가입했다. 현재 영랑권역, 청자권역, 다산권역 등 5개 권역에서 90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푸소 체험이 활기를 띠면서 2015년 7900만 원에 불과했던 참여 농가의 소득이 2019년 9억8500만 원으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과 지난해에는 소득이 줄었지만 올해는 체험 학생이 증가한 만큼 6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농가는 숙식비로 학생 1인당 5만8000원(1박 2일 기준)을 받는다.

푸소 체험은 계절별로 일정을 달리한다. 참가자가 많은 가을에는 첫날 은빛 물결의 갈대밭으로 유명한 강진만 생태공원을 둘러본다. 강진군의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 둘레길을 걷고 973m의 바다 위 하늘을 시원하게 가르는 집트랙의 짜릿함을 즐긴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 머그컵, 접시 조각 체험을 한 뒤 한국민화뮤지엄을 관람한다. 이어 농가를 찾아가 저녁부터 이튿날 점심까지 삼시 세끼를 해결한다. 다음 날 영랑 생가나 다산 정약용 선생이 기거했던 다산초당과 사의재 등지를 둘러본 뒤 일정을 마무리한다.




“‘푸소 시즌2’로 남도답사 1번지 위상 보여줄 것”


강진원 강진군수 인터뷰



“‘푸소 시즌2’로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의 위상을 다시 보여주겠다.”

강진원 전남 강진군수(63·사진)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체류형 농촌관광의 새 지평을 연 푸소가 감성체험 필수 코스로 자리 잡도록 관심과 정성을 더 쏟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푸소가 수학여행 코스로 인기다.

“과도한 입시경쟁과 회색 콘크리트 숲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감성을 회복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다산초당을 오르며 살아있는 역사를 배우고 초가지붕과 은행나무가 반기는 영랑 생가에서 시인의 감성을 느낀다. 농가의 훈훈한 인심은 덤이다. 전국에 이런 곳이 어디 있겠나.”

―푸소가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됐나.

“체험과 관련된 일부 강사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이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8년 동안 4만5000명 이상이 다녀가 39억 원의 농가 수입이 생겼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해 10억 원 가까이 수익을 올리는 등 강진의 대표적인 효자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푸소 시즌2가 궁금하다.

“학생, 공무원, 일반 관광객별로 프로그램 차별화와 전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나의 브랜드가 된 푸소를 활용해 은퇴자 전원주택 1000가구를 유치할 계획이다. 은퇴자들이 강진에 정착해 살아가며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지역 침체와 인구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강진 관광의 청사진이 있다면….

“강진만 생태공원이나 강진다원 등 명소와 연계해 봄의 수국 길, 여름 가우도 납량 특집, 가을 강진만 핼러윈, 겨울 월출산 눈길 걷기 등 계절별 특징을 살린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 2017년 ‘강진 방문의 해’를 통해 관광객을 256만 명까지 끌어올린 경험을 살려 ‘A로의 초대, Again 강진’을 추진해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열겠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