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806억 횡령사건에도… 준법감시인 사전조치 사례 없어 감시인력도 권고사항 못미쳐 국민은행만 1% 기준 겨우 맞춰 “내부고발 인센티브 등 개선 필요”
국내 주요 은행의 준법감시인들이 횡령 등 임직원의 위법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업무정지 요구권’을 4년 반 동안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700억 원대 대형 횡령 사건과 이상 외화송금 등 금융사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사의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준법감시인들은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업무정지 요구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업무정지 요구권은 준법감시인이 임직원의 위법 행위 등을 발견했을 때 위법 업무에 대한 정지 및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에서 횡령으로 적발된 임직원만 58명, 횡령 금액은 806억 원에 달했지만 준법감시인이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인지해 미리 조치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다.
준법감시인을 지원하는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올 6월 말 현재 농협은행(0.59%), 우리은행(0.82%), 신한은행(0.82%), 하나은행(0.91%) 등의 준법감시 담당 인력은 전체 임직원의 1%가 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2018년부터 전체 임직원 대비 일정 비율(1%) 이상의 준법감시 담당 인력을 확보하도록 금융사에 권고하고 있다. 5대 은행 중 국민은행(1.00%)만 이 기준을 겨우 맞췄다. 은행 외에 주요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50곳 가운데 1% 이상의 준법감시 담당 인력을 확보한 금융사는 26곳(52%)이었다.
최 의원은 “준법감시인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원 인력을 확대하고 사고 예방적 성격을 지닌 업무정지 요구권 사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국민이 금융사고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제도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대대적인 제도 손질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2일 법조계와 학계, 금융 유관 협회 등으로 구성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