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委 118억-디지털委 74억 대통령 지방시대委 출범도 예고돼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며 각종 정부위원회 축소 방침을 밝힌 윤석열 정부가 정작 새 정부 출범 후 신설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 2곳에 약 200억 원의 예산을 새로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활동한 38개 위원회를 폐지해 줄이는 예산이 약 2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28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에는 117억6400만 원이 책정됐다. 2호 위원회인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의 예산안은 73억9500만 원이다. 두 곳의 예산안 합계는 191억5900만 원이다. 앞서 7일 행안부가 정부위원회 폐지·통합 방침을 밝히면서 “(대통령 및 정부 소속) 위원회 38개가 폐지되면 약 200억 원의 예산 삭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 예산이 고스란히 신설 위원회로 투입된 셈이다.
7월 출범한 국민통합위원회의 운영 예산 중에선 ‘회의 참석 수당’이 17억3200만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안건 검토 사례비’는 8억7600만 원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폐지된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지난해 전체 예산(15억1200만 원)보다 많은 예산이 국민통합위원들의 회의 참석 수당으로 편성된 것.
천 의원은 “처음 신설된 위원회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산 배정이 과하다”며 “문재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첫해 예산은 52억 원으로 국민통합위원회의 절반 이하였다”고 지적했다.
정부위원회 관련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새로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세종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앞에선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 했지만 뒤로는 신설 위원회에 막대한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혈세 낭비를 국회에서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