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달러’로 아이폰 가격 비싸져… 전작보다 판매량 10.5% 적어 美, 강력 긴축에 경기침체 적신호… ‘10년 국채금리’ 장중 4% 넘어 한국도 장단기 금리 역전 지속… 국채시장 안정에 5조 긴급 투입
미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영국 파운드화 폭락 쇼크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다. 비교적 경기에 덜 민감했던 애플은 아이폰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21% 하락한 3,647.29를 기록해 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각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국채 금리도 치솟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총 5조 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에선 경기침체의 전조 증상으로 불리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도 22일부터 지속되고 있다.
○ “애플 증산 계획 철회”
‘킹 달러’ 현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14 증산 계획을 접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당초 하반기(7∼12월)에 9000만 대의 생산 계획 외에 추가로 600만 대를 증산하려고 했지만 최근 이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증산 계획 철회는 ‘킹 달러’로 신제품 가격이 미국 외 시장에서 10∼20% 비싸져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고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가 부진한 탓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아이폰14 출시 첫 3일간 판매량은 98만7000대로 전작인 아이폰13보다 10.5% 적었다고 밝혔다. 특히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중국에서의 아이폰 수요 부진이 컸다.
○ ‘경기침체 신호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국채 금리 급등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이 최근 대규모 감세정책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국채 투매에 나서며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4.6%로 뛰었다. 감세정책 발표 전보다 1%포인트 정도 올랐다. 영국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부채국인 그리스, 이탈리아보다 높아졌다. 재정 적신호가 켜진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5% 선을 넘어섰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5%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장 중 4%를 넘었고, 2년 만기 금리는 장 중 4.3%를 넘어섰다. 미국의 경우 경기침체의 신호탄으로 불리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7월 6일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오랜 기간 돈을 빌려줄수록 금리가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지만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면 위험 회피를 위해 장기 채권 금리는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미국의 경우 1962년 이후 총 7차례의 경기침체가 있었는데 모든 침체기에 앞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또 1960년 중반 때의 경기침체를 제외하면 미국의 경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나서 5개월에서 23개월 내에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한국에서도 3년 만기 채권 금리가 10년 만기 채권 금리보다 높아진 상태가 22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2008년 7월 이후 14년 2개월 만으로, 이번이 세 번째 역전이다. 2007년 11월∼2008년 1월 사상 첫 역전 이후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