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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가 가족위한 생존이라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나라위한 투쟁”

입력 | 2022-09-29 11:21:00

독립운동 다룬 장편소설 펴낸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





“‘파친코’와 비교되는 건 큰 영광이에요. 다만 ‘파친코’가 가족을 위한 생존 소설이라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나라를 위한 투쟁 소설입니다.”

28일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북스)을 펴낸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35)는 같은 날 화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제강점기 제국주의와 독립운동사, 민중의 삶을 다룬 ‘작은 땅의…’가 일제강점기 고향을 떠난 재일교포 3대를 그린 이민진 작가(54)의 장편소설 ‘파친코’를 연상시킨다는 평가에 겸손함을 내비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한 것이다.


‘작은 땅의…’는 일제강점기 소작농의 딸로 태어났다 기생이 된 여성 옥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경성에서 기생집을 운영하는 예단, 독립군을 결성하는 명보, 일본군 이토 등 다양한 인물이 역사의 질곡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출간 직후 미국 온라인 서점 아마존북스에서 ‘이달의 책’에 올라 화제가 됐다. 12개 국가에 판권이 수출됐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 평화상’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을 도와 독립운동을 한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게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게 만든 원동력 같아요. 독립운동가 자손들은 보통 가족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는 편인데 부모님은 달랐죠. 한국 역사책과 한국 소설을 즐겨 읽은 것도 소설 집필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9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주했다. 프린스턴대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한 뒤 출판사에서 일했지만 인종, 성별 차별에 부딪혔다. 어느 날 상사로부터 ‘너는 하인이야’라는 말까지 듣곤 퇴사한 뒤 집필에 매달렸다.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때만 해도 돈이 없어 캔으로 된 99세트짜리 콩과 오트밀을 사 먹었고, 4달러짜리 빵을 사 먹을 수 없었다.

“소설을 쓰는 데 총 6년이 걸렸습니다. 인종차별을 겪으면서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랑스럽다고 생각한 게 결국 한국 역사에 대한 소설을 완성하도록 한 것 같아요. 차기작은 러시아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발레리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 간 건 2002년이 마지막인데 한국에 가서 국립발레단 공연을 보고 싶네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