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로널드레이건빌딩에서 열린 기아·영양·보건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공개 석상에서 말실수가 잦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백악관 행사에서 지난달 교통사고로 숨진 공화당 의원 이름을 부르며 찾는 실수를 또 범했다. 80세인 바이든 대통령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수도 워싱턴 로널드레이건빌딩에서 열린 기아·영양·보건 컨퍼런스에서 “(관련 정책 법안을 마련한) 민주당 공화당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제임스 맥고번 하원의원, 마이크 브라운 상원의원, 코리 부커 상원의원, 재키 왈러스키 전 의원을 호명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주변을 둘러보다 청중을 향해 “재키 (왈러스키 의원) 여기 있나요? 재키 어디 있나요? 참석하기로 한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왈러스키 전 의원은 지난달 3일 인디애나주에서 보좌진 두 명과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2013년 의회에 입성한 그는 숨지기 전까지 하원 기아 코커스 공동 의장이었다. 그가 숨지자 애도 성명을 발표하고 관공서 등에 조기 게양을 지시한 바이든 대통령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듯 그를 찾은 것이다.
백악관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0일 왈러스키 전 의원 가족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그를 기리는 법안 서명 행사를 가질 예정”이라며 “이처럼 의미 있는 일정을 앞두고 대통령이 왈러스키 전 의원을 가장 먼저 떠올린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한 기자가 “내 머릿속에 (영국 밴드 비틀스 멤버) 존 레넌(1940~1980)은 항상 우선 순위에 있지만 레넌을 주변에서 찾지는 않는다”고 말하자 장피에르 대변인은 “당신이 대통령으로서 레논을 위한 법안을 서명할 때 다시 얘기하자”며 답변을 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 기자회견을 하다 모리슨 총리 이름을 까먹은 듯 이름 대신 “아래쪽에서 온 친구”라고 불렀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총리’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는 ‘대통령’이라고 칭해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올 4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한 대학에서 연설을 마친 뒤 아무도 없는 허공에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포착돼 치매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