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예상하기 힘든 위험도 더 빠른 주기로 출현할 것이라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위기의 상시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에 취약한 반지하나 옥탑방, 고시원 등 이른바 ‘지옥고’에 거주하는 취약계층과 자립준비청년 및 발달장애인 등과 같은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계층을 위한 안전망확보가 시급한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28일(어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는 전문가 모임이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주거복지포럼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주거복지소사이어티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을 위한 공공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개최한 토론회이다.
취약계층, 지옥고 거주자 86만 가구
최은형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주거취약계층의 거주실태와 대응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주거취약계층으로 분류될 전국의 지옥고 거주자가 2020년 기준으로 85만5553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고시원으로 대표되는 비주거시설 거주자가 46만2630가구로 가장 많았고, 지하 및 반지하 32만7320가구, 옥탑방 6만5603가구였다. 비주거시설에는 거주에 적합하지 않은 고시원과 비닐하우스, 판잣집, 쪽방, 컨테이너, 여관·여인숙,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PC방 사우나 만화방 등)이 포함됐다.
2010년과 비교해 지옥고 거주자는 23% 증가했다. 반지하가 40% 가까이 줄었지만 고시원 등 비주거 거주자가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비주거의 대표격인 고시원이 2020년 전후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비주거가 크게 늘어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근린생활시설 등 공부 상 주택으로 허가받거나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해 주거목적으로 사용하는 건축물이 적잖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최 소장은 “지옥고 등 주거빈곤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한 해법으로 공공임대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또 “주거취약계층일수록 지역 기반 복지와 관계망, 교통 등 입지 관련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매입임대와 전세임대의 확대를 강조했다.
“이재민용 긴급주택으로 이동형 모듈러주택 활용하자”
이지은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두 번째 주제발표(‘환경·자연재난 대응을 위한 긴급지원주택 공급방안’)를 통해 “2010년 이후 10년 간 발생한 자연재해와 사회재난 등을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이재민이 1만3486세대가 발생하고, 이들을 수용할 단기주택은 1253세대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이재민을 위한 단기주택으로 ‘에너지 자립형 이동형 모듈러주택’을 제시했다. 임시주거용 주택으로서 공장에서 생산하고, 신속하게 이동해서 설치할 수 있어 신속대응이 가능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또 LH가 창고 등에 보관해뒀다가 유사시 사용하는 비축형과 평소에 숙박시설(휴양지연계형)이나 주민공공시설(공공기여형) 등으로 이용하는 활용형 등 2가지 유형을 제안했다.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점검할 시범사업지로는 부산 강서구(비축형), 강원 강릉시(휴양지 연계 활용형), 대전 유성구(공공기여 활용형) 등 3곳을 추천했다.
“주거 정책에 사회복지 기능 강화하자”
현재 소득이 있고, 주거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은 저소득 불안정 노동임차가구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들의 주거위기가 가시화되면 주거취약가구로 떨어지게 되고, 주거취약이 고착화되면 주거상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주거위기가구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이러한 상황에 처할 위험이 높은 가구는 최소 25만9000가구에서 최대 51만2000가구로 추정됐다.
박 센터장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거복지센터 상담자료의 체계화와 이를 정책에 활용하고, 긴급임시주택을 확대 운영하는 한편 지역별 사안별 다양한 위기가구와 취약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거나 기존 예산 편성 방식에 유연성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