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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돌아온 러버덕…“세계는 하나의 욕조”

입력 | 2022-09-29 14:01:00


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는 유례없는 인파가 몰렸다. 앙증맞은 부리와 통통한 엉덩이를 자랑하는 ‘러버덕’을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연인, 가족, 친구끼리 러버덕을 보러 온 480만 명은 지금도 여전히 돈독할까.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설치된 2022년 버전 러버덕. 롯데물산 제공


롯데물산과 송파구청은 8년 만에 다시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를 진행한다. 30일 러버덕이 다시 석촌호수에 모습을 드러내며 향수를 자극할 예정이다. 설치비용만 14억.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높이 18m, 가로 19m, 세로 23m 크기로, 전보다 높이가 1.5m 높아졌을 뿐이다. 28일 롯데월드타워에서 만난 네덜란드 출신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45)은 “당시에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잘 몰랐는데, 환대해주셔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 작품 앞에서 그때와 다른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또 그때와 지금 본인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길 바란다”고 했다.

호프만이 러버덕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세계를 하나의 욕조로 설정하고 국적도, 성별도 없는 캐릭터를 통해 평화를 말하고 싶다”는 목적 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여러 번의 스케치와 기술적 실험 끝에 2007년 프랑스에서 처음 선보여졌다. 현재까지 전 세계 16개국을 순회하며 25회 이상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석촌호수가 아닌 한국의 다른 장소에서도 러버덕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이후 러버덕과 관련된 많은 밈(memeㆍ재밌는 말이나 행동을 온라인상에서 모방하거나 재가공한 콘텐츠)들이 생겼다. 당시 러버덕이 호수 위를 유영해도, 바람이 빠져 고꾸라지거나 납작해져도 화제에 올랐다. 이날 이 밈들을 처음 접한 호프만은 유쾌하게 웃으며 “보는 이들이 스스로 창조성 있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기쁜 일이다 왜 한국에서 러버덕이 인기 있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했다.

호프만은 ‘대형’ ‘공공’ 설치미술을 진행해온 이유에 대해 “공공미술을 할 때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임한다“며 ”큰 러버덕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작다는 평등한 조건 속에서 모두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버덕은 다음달 31일까지 전시된 뒤 재활용될 예정이다. 러버덕은 설치되는 장소에 맞춰 매번 새로 제작되는데, 8년 전에는 러버덕 고무를 재활용해 에코백을 제작된 바 있다.

호프만은 올해 서울 프로젝트를 위해 ‘러버덕의 친구들’인 레인보우덕, 해골덕, 드라큘라덕, 고스트덕을 만들어 롯데월드타워와 몰 9곳의 포토존에 배치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