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는 유례없는 인파가 몰렸다. 앙증맞은 부리와 통통한 엉덩이를 자랑하는 ‘러버덕’을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연인, 가족, 친구끼리 러버덕을 보러 온 480만 명은 지금도 여전히 돈독할까.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설치된 2022년 버전 러버덕. 롯데물산 제공
롯데물산과 송파구청은 8년 만에 다시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를 진행한다. 30일 러버덕이 다시 석촌호수에 모습을 드러내며 향수를 자극할 예정이다. 설치비용만 14억.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높이 18m, 가로 19m, 세로 23m 크기로, 전보다 높이가 1.5m 높아졌을 뿐이다. 28일 롯데월드타워에서 만난 네덜란드 출신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45)은 “당시에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잘 몰랐는데, 환대해주셔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 작품 앞에서 그때와 다른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또 그때와 지금 본인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길 바란다”고 했다.
호프만은 ‘대형’ ‘공공’ 설치미술을 진행해온 이유에 대해 “공공미술을 할 때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임한다“며 ”큰 러버덕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작다는 평등한 조건 속에서 모두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버덕은 다음달 31일까지 전시된 뒤 재활용될 예정이다. 러버덕은 설치되는 장소에 맞춰 매번 새로 제작되는데, 8년 전에는 러버덕 고무를 재활용해 에코백을 제작된 바 있다.
호프만은 올해 서울 프로젝트를 위해 ‘러버덕의 친구들’인 레인보우덕, 해골덕, 드라큘라덕, 고스트덕을 만들어 롯데월드타워와 몰 9곳의 포토존에 배치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