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섭 씨. 울산시 제공
울산시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30대 버스기사가 길가에 쓰러져 있는 남학생을 심폐소생술(CPR)로 구했다. 버스기사는 승객들의 협조 덕분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선행하는 버스기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29일 동아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 시내버스 기사인 엄원섭 씨(34)는 27일 오후 5시 16분경 승객을 태우기 위해 남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정차했다. 이때 엄 씨는 길가에 한 남학생이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 버스에서 내려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당시 버스에는 중년 여성, 초등학생 등이 탑승해 있었는데, 승객은 양해를 구하는 엄 씨에게 “사람이 우선”이라며 운행 중단을 흔쾌히 허락했다.
엄 씨가 현장으로 갔을 땐 울산여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응급조치를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엄 씨는 버스 회사에서 배운 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119 신고를 요청한 뒤에 10~20분간 학생의 맥박을 체크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후 엄 씨는 남학생의 의식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간단한 대화까지 나눈 뒤에 119 구급차의 사이렌소리를 듣고 현장을 떠났다.
김 씨는 “아이들 하원 시간에 남학생이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봤다. 지나가던 928번 버스기사님이 갑자기 내려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을 봤다”며 “(버스기사님이) 심폐소생술을 한참 하니 학생이 조금씩 움직였고, 차량 운행 시간이라 그런지 주변 사람들에게 ‘뒷일을 잘 부탁한다’는 말씀과 함께 경찰차와 구급차가 오는 것을 보고 가셨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누워있는 남학생이 제 아들, 딸이었으면 얼마나 더 감사한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엄 씨는 버스 승객들이 운행 중단에 선뜻 협조해줘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엄 씨는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승객 분들께서 ‘사람이 우선’이라고 협조해주셔서 나설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선행하는 버스기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