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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멍청이”…러 군인들 전장서 ‘전술·물자 부족, 학살’ 전화로 시인

입력 | 2022-09-29 17:16:00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집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에게 수천 통의 전화를 건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청된 전화 내용에는 “푸틴은 바보” 혹은 “민간인 학살이 진행되고 있다”는 등의 러시아 군대가 혼란에 빠진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들은 집에 있는 친구들과 친척들에 전화를 걸어 러시아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겪은 실패와 민간인 처형에 대한 내부자 진술을 서슴없이 했다. 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차지하기 위한 침공이 시작된 지 불과 몇 주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기자들은 군인의 목소리와 가족을 식별하기 위해 메시지 앱과 소셜 미디어 프로필 등을 러시아 전화번호와 교차 참조함으로써 전화의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타임스는 편집된 녹음본을 보도하기 위해 두 달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 내용상 러시아 군대가 혼란에 빠진 것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의 철군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들은 작전 시작 몇 주 만에 혼란에 빠졌고 사기가 떨어졌다. 또 장비도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맡은 임무를 속였다고 군인들은 주장했다. 이 모든 상황이 겹쳐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군사 작전에 차질을 빚은 것.

대화 내용에 의하면 러시아 군대는 내부 전략적인 실수들로 무너지고 있었고 심각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군인들은 “비전투원들을 붙잡아 살해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가정과 기업을 약탈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또 “군사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며 “야간 투시 장치와 적절한 방탄 조끼 같은 기본적인 무기와 장비조차 부족하다”고 불평했다.

그러던 중 침공 3주 차인 3월 중순에 들어 주 방위군 제 656연대 소속 군인 니키타는 운전 중 매복 공격을 받아 주변에서 90명이 숨졌다고 파트너에게 전했다.

제 331 공수연대 대원들이 나눈 전화에 따르면 “331 공수연대 장병들 600명 2대대 전체가 전멸했다”며 400명의 어린 낙하산 부대 시신이 담긴 관들이 줄지어 있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또 전쟁범죄의 증거에 해당할 수 있는 발언도 나왔다. 세르게이라는 이름의 한 병사는 그의 여자친구에게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 대위가 창고를 지나던 세 명의 남자를 처형하라고 명령했다”면서 “그들은 살인자가 됐다”고 고백했다.

한 주 뒤 세르게이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숲속에 있는 ‘시체 산’에 대해 얘기했다. 안드레이라는 이름의 331 공수연대 한 병사가 술에 취한 우크라이나 남자를 죽이고 아무도 찾지 못할 숲에 시신을 던지겠다고 위협했음을 말한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3월 말 부차 지역으로부터 후퇴했을 때 거리 및 정원에서 1100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고 우물과 지하실에 숨기고 임시 무덤에 마구자비로 묻은 정황을 발견해 국제사회에 드러냈다.

당시 안드리 네비토프 키이우 관할 경찰서장은 “이들 중 617명이 총상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불안한 기운은 전화통화에서도 감지된다.

세르게이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왜 이 전쟁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호소했다.

다른 군인들은 혹한과 동상, 혹독한 수면조건, 병참 실패 등을 읍소했다. 군인들은 정육점을 급습해 닭, 아기 돼지, 타조 등을 식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계속되는 전술 실패와 향후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러시아 군인들은 군부에 질린 상태다. 몇 군인들은 계약을 중도 포기할 경우 기소되고 투옥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두려워서 결정을 망설이고 있기도 하다.

실제 러시아 인권 변호사 크리벤코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수십만 명의 민간인을 징집하기 위한 동원령을 발표하기 며칠 전인 9월, 러시아 의원들은 탈영, 불복종, 병역 기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강압적인 이유 외에도 많은 이들은 아직 전장에 남기를 희망한다. 보수 때문이다. 키이우에 파견된 공수부대원 상당수는 고향인 프스코프에서의 하루 평균 월급 3배에 달하는 53달러의 전투수당을 받고 있다.

이에 이들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들은 말했다. “원한다면 전장을 떠나도 된다”고 위로하거나 정부를 향해 “당신의 망할 돈은 필요 없다. 남편이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푸틴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