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뉴시스 제공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태훈)는 29일 백 전 장관이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을 교사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를 조작하고 이사회를 기망해 즉시 가동 중단토록 해 한수원에 1481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교사와 업무방해교사 혐의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백 전 장관이 월성 원전 중단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성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월성 1호기를 30%만 운영해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데도, 경제성이 낮아 보이게 하려고 손익분기점을 높게 측정하도록 조작한 혐의다.
이달 27일 열린 공판에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 씨는 증인으로 나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를 독립적으로 해야 하는 회계법인에 '원전 폐쇄'라는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수사팀은 산업부의 용역을 수행하는 회계법인에 이같은 원전 폐쇄 정책 방향을 '설명'한 것은 사실상 경제성 평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엔 경제성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이 산업부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씁쓸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기소의 결정적 근거가 된 "너 죽을래?" 발언에 대한 증언도 나온 상황이다. 백 전 장관은 원전의 한시적 가동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고한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너 죽을래?"라며 질책해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수사팀의 배임교사 혐의 추가 기소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 이후 약 1년 만이다. 당시 김오수 전 검찰총장 등 대검 수뇌부는 수사팀의 '배임교사' 혐의 적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권 지키기'라는 비판 속에 지난해 8월 외부 의견을 수렴하자며 검찰 수심위가 개최됐고 '불기소 권고' 및 '수사 중단' 결론이 나왔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수사팀은 공판 진행 과정 등을 지켜보며 산업부 관계자를 조사하는 등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관련 법리를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수사팀은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등 혐의를 추가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추가된 공소사실은 이미 재판 중인 공소사실과 행위 동일성이 인정돼 공소장 변경 절차를 밟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향후 공소장 변경에 따른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