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재건축 부담 완화… 공급 숨통 트되 투기 불씨 남기지 말라

입력 | 2022-09-30 00:00:00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에 물리는 부담금을 평균적으로 절반 정도 줄여주기로 했다. 무거운 부담금 때문에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늦어져 서울, 수도권 주택 공급이 지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조치로 정체됐던 주택 공급에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어제 내놓은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은 가구당 초과이익이 3000만 원을 넘을 때 물리던 부담금을 1억 원 초과부터 부과하고, 재건축 주택 한 채만 6년 이상 갖고 있는 가구는 보유 기간이 길수록 부담금을 깎아주는 게 골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를 포함한 개발비용,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2006년 도입했으나 주택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두 차례 유예됐다가 2018년에 다시 시행됐다. 지금까지 전국 84개 재건축 단지에 부담금이 통지됐다.

도입 후 16년이 지나 집값이 3∼4배로 올랐는데도 최저 기준이 3000만 원으로 묶인 점 등 이 제도는 현실과 괴리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1970년 지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에 가구당 7억 원 넘는 부담금이 정해진 일도 있었다. 재건축 조건을 갖추고도 부담금 때문에 사업 추진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단지가 많아 아파트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 수도권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로 꼽혀 왔다. 최근에 부동산 경기침체와 건축자재 가격 폭등으로 주택 공급이 얼어붙은 만큼 어느 정도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

다만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투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초과이익 계산 시점이 조합설립 인가일로 2년가량 늦춰지면서 그 사이 투기세력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규제지역에서 풀린 곳에서는 조합원 지위를 사고팔 수 있어 시장이 과열될 우려도 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려고 재건축 규제를 풀었다가 집값이 뜨겁게 달아오른 일이 과거에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의 허점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