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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하나의 욕조… 국적-성별 없는 러버덕 통해 평화 얘기”

입력 | 2022-09-30 03:00:00

‘8년만에 돌아온 러버덕’ 작가 호프만
“대형 러버덕 앞 ‘평등’ 느끼길 기대
관련 콘텐츠 만드는 韓관객 고마워”



8년 만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다시 설치된 러버덕을 본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플로렌테인 호프만 작가는 “러버덕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노란 촉매제’”라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노랑 오리가 돌아왔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는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산책로이자 데이트 코스. 2014년 10월 이곳은 북새통을 방불케 했다. 앙증맞고 통실한 오리 한 마리 때문이었다. 네덜란드 출신 플로렌테인 호프만(45·사진)의 ‘러버덕’을 보기 위해 한 달 동안 500만 명이 넘게 몰렸다. 얼마나 인기였는지 순회전시를 떠난 오리가 아쉬워 2017년 호프만의 또 다른 작품 ‘스위트스완’(백조 5마리)을 설치하기도 했다.

30일 슈퍼스타 오리가 다시 호수로 날아들었다. 롯데물산과 송파구청이 주최한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로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높이는 18m로 전보다 1.5m 정도 커졌다. 설치 비용은 14억 원.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8일 만난 호프만 작가는 “당시엔 서울을 잘 몰랐다. 다들 너무 환대해줘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며 “돌아온 러버덕을 보며 그때와 지금의 삶을 비교해 보고, 또 다른 이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러버덕을 처음 구상한 건 2001년이었다.

“세계를 하나의 욕조라 상상하고, 욕조에 띄운 러버덕이란 국적도 성별도 없는 캐릭터를 통해 평화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과정과 실험을 거쳐 2007년 프랑스에서 처음 선보였죠. 지금까지 16개 나라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다른 장소에도 러버덕을 전시하고 싶어요.”

2014년 국내에서 러버덕은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관련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쏟아졌고, 러버덕이 바람이 빠지거나 살짝 고꾸라지기만 해도 화제를 모았다. 작가는 “이런 밈들은 처음 보는데 정말 재밌다”며 “관객들이 러버덕을 통해 창조적인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고맙다. 한국에서 러버덕이 유독 인기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고 했다.

그는 ‘공공미술은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대형 러버덕 앞에서 관객들은 자신이 작은 존재란 걸 알게 되죠. 누구나 ‘평등하게’ 작다는 거죠. 그런 조건 아래 모두 하나 되는 느낌을 받길 바랍니다.”

순회전시지만 실은 러버덕은 전시 때마다 새로 만든다. 이번에 설치한 러버덕 역시 다음 달 31일 전시가 끝나면 생을 마감한다. 2014년에는 에코백으로 제작해 새 생명을 얻었고, 올해도 재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엔 러버덕의 친구 넷도 몰려왔다. 롯데월드타워를 포함해 주변 4곳에 ‘레인보덕’ ‘드라큘라덕’ ‘스컬덕’ ‘고스트덕’이 자리 잡았다. 이들은 1.4m 크기다. 인근 5곳에는 1.4m 크기의 러버덕을 각각 설치해 석촌호수까지 포함하면 총 6마리의 러버덕을 볼 수 있다. 이들 역시 다음 달 31일까지 전시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