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작가 김주혜, 장편 국내 출간 “이민진의 ‘파친코’와 비교돼 영광… 독립운동 외조부 떠올리며 집필” 일제강점기 기생 ‘옥희’ 시선으로 굴곡진 근대사속 민중의 삶 그려
“이민진 작가(54)의 ‘파친코’와 비교되다니 제겐 큰 영광이죠. 다만 ‘파친코’가 가족을 위한 생존 소설이라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나라를 위한 투쟁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작품은 실제로 닮은 점이 상당히 많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민중의 삶을 다룬 ‘작은 땅의…’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출간돼 아마존북스 ‘이달의 책’으로 뽑혔다. 평화 증진을 위한 문학작품에 주는 ‘데이턴 문학 평화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미국에서 2017년 발간된 ‘파친코’ 역시 일제강점기가 배경으로 장기간 뉴욕타임스(NYT)와 아마존북스 베스트셀러였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였다.
“백범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 얘기를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어요. 그런 외할아버지를 부모님은 언제나 자랑스러워하셨죠. 그 덕에 한국 역사책이나 소설도 즐겨 읽으며 자랐습니다. 그게 한국 배경 소설을 쓰게 된 가장 큰 원동력 같아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아홉 살에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민 갔다. 프린스턴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뒤 출판사에서 일했는데 인종차별, 성차별로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한 상사가 “넌 하인이야”란 말까지 내뱉자 회사를 박차고 나와 소설에 매진했다. 저축해 둔 돈이 없어 99센트짜리 콩과 오트밀을 사 먹으며 버텼지만 김 작가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설 완성에 6년이 걸렸습니다. 미국에서 여러 차별을 겪었지만 언제나 제가 가진 (한국계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겼어요. 그런 자긍심이 한국 역사소설을 쓰는 버팀목이 됐다고 믿습니다. 차기작은 러시아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발레리나를 다루려 해요. 한국에 가본 게 20년 전(2002년)인데, 조만간 가서 국립발레단 공연을 보고 싶네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