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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 상시배치 등 한미 힘 보여줘야 北 비핵화 협상 나올것”

입력 | 2022-09-30 03:00:00

[화정평화재단 국제 안보 학술대회]
‘한국 신정부 출범과 한미동맹의 변화’ 한미안보연구회-화정평화재단 공동주최
“韓美, 북핵 오판… 北에 끌려다녀… 강력한 억지력-실행 의지 중요”
“韓, 대만문제 굉장히 불리한 위치… 주한미군은 한미연합사 집중해야”



한미안보연구회와 화정평화재단 주최로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 신정부 출범과 한미동맹의 변화’ 학술회의가 열렸다.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가운데)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그레그 스칼라튜 미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왼쪽)이 ‘동북아 안보 이슈’에 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윤석열 정부 출범 후 5개월이 지났지만 남북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못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비핵화 협상에 나설 시 통 큰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선제 사용 등이 포함된 ‘핵무력(핵무기 전력) 법제화’로 응수했다. 오히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하기 하루 전인 28일 북한은 한미 해상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해 한반도 안보 위기를 고조시켰다.

한미안보연구회(공동회장 김병관 예비역 대장, 존 틸럴리 전 한미연합사령관)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은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 신정부 출범과 한미동맹의 변화’를 주제로 국제안보학술회의를 열고 북핵 위협 대응, 한미 동맹 강화 방안 등을 모색했다.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맞서 신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 및 한미 동맹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참가자들은 강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 이종섭 국방장관 “北, 핵사용 시 압도적 대응에 직면할 것”
회의에서는 북한이 최근 발표한 ‘핵무력정책법’에 대한 우려가 다수 나왔다. 북한은 이 법에서 처음으로 ‘핵무기 사용 조건’을 상세하게 밝혔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핵무력정책법은 김정은에게 핵사용 전권을 주면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위험한 법령”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앞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혔다”면서 “김정은 집권 기간 동안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조지 허친슨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 역시 “(과거)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오인했다는 점은 불변의 사실”이라면서 “결과적으로는 한국이 북한에 끌려다니는 형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이를 실행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불러올 유일한 방안이라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탑재 전략잠수함의 한반도 인근 상시 배치, 자동 개입 및 핵우산을 포함하는 내용으로의 동맹조약 개정 등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친슨 교수는 “한반도 핵 균형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교는 힘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거나 필요하다면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개발을 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오찬사를 통해 “북한이 핵사용을 시도할 경우 동맹의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북한의 도발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하며 한미 동맹의 억제와 대응 능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 주한미군의 대만 개입 관련 우려 제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대만 개입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허친슨 교수는 “(대만 문제에서) 한국이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면서 “미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위치고 계속해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국인들이 (대만 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주한미군은 한미연합군사령부를 지지하는 것에 역할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연합해서 위협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같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는 국가들에 함께 대항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병옥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은 “한미일 3자 공조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고위 지휘관급 대화 등 인적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다”면서 “정치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강력한 한미일 협력을 위해서 각국 국민들의 협력과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참석자 명단 ○ 개회사
김병관 한미안보연구회 회장(한국)
존 틸럴리 한미안보연구회 회장(미국)
○ 축사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스콧 플로이스 미7공군사령관
○ 기조연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
○ 오찬사 이종섭 국방부 장관
○ 폐회사 김병관 회장, 존 틸럴리 회장

○ 제1패널

―사회자: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예비역 대장)
―발표자: 그레그 스칼라튜 미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YINKS) 박사,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박사)
―토론자: 최병옥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준장),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조지 허친슨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

○ 제2패널

―사회자: 존 틸럴리 회장
―발표자: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김병연 서울대 교수, 정삼만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 박사
―토론자: 정옥임 전 국회의원(박사), 브루스 벡톨 미 앤젤로주립대 박사, 김기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사

○ 제3패널

―사회자: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예비역 대장)
―발표자: 장광현 전 유엔사정전위 수석대표(박사), 이강수 한성대 교수(박사), 조지 허친슨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
―토론자: 그레그 스칼라튜 미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홍성표 KIMA 박사, 이서영 전 주미대사관 국방무관(예비역 소장)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